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노동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청년 실업 등의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전 총장이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와 만나 정책적 토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 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진 만큼 윤 전 총장이 청년 실업 문제로 전문가 만남을 시작한 것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의 초석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정 교수를 만나 청년실업·양극화 등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4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정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 문제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연구하는 노동 전문가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정책을 기획해야 하는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는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이 문제(청년실업)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말하며 상징적으로 나와 첫 번째로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도 동석했다. 이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은 외교 안보와 경제가 중요하니까 (윤 전 총장이) 그런 쪽으로 전문가를 먼저 만날까 생각했겠지만 이 친구가 청년 실업이나 청년층 좌절 등에 정말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난달 22일 윤 전 총장을 만났을 때 정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정 교수를 연결해주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나는 원래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 정 교수에게 감복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윤 전 총장에게 정 교수 글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줬더니 이미 정 교수 글을 열심히 읽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정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정의, 현황, 효과, 정부의 정책과 문제점, 해결책 등이 담긴 20페이지 정도의 보고서를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인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이 이 교수에게 연락처를 받아 정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해 다음날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정 교수는 “(보고서에)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있으나 (윤 전 총장이) 밑줄도 그어가며 아주 꼼꼼하게 공부를 해왔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정 교수를 시작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정 교수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각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 질문하고 토론하고 학습할 계획이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은 적극적으로 전문가들에게 연락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일단 자신이 어떤 사람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고 하면 화끈하게 직접 전화해서 꼭 만나자고 이야기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