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 주택에서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당초 엄마로 알려졌다가 유전자(DNA) 검사 결과 언니로 밝혀진 20대 여성 B씨의 전 남편이 김씨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김씨의 전 남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쓰레기집에 제 딸을 버리고 도망간 구미 김OO의 엄벌을 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게시했다.
A씨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며 "B씨의 가방에서 모텔 영수증이 나와도 아이를 생각하면서 참았고, 신발장에서 임신 테스트기 30개를 발견했을 때도 용서했다. 사랑하는 아이가 저처럼 아빠나 엄마 없이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A씨는 "OO이를 옆에 재워둔 채 밤새 집을 나간 B씨를 뜬 눈으로 기다리면서도 이 시간이 언젠가 지나갈 거라 믿었다"며 "그런데 다음날 들어온 B씨가 '남자가 있다. OO가 있다는 사실도 안다'고 해 그 남자가 OO이 책임져 주겠다고 했느냐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A씨는 또한 "조금씩 회복하며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B씨가 만나는 남자가 대기업에 다니며 돈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그 남자가 OO이를 예뻐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남자를 아빠로 알고 살아간다면 저는 너무 슬프겠지만, 저처럼 무능력한 아빠보단 그 남자가 아이를 더 잘 먹이고 좋은 옷을 사 입힐 수 있겠지 싶었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A씨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뒤에야 당시 OO이를 아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단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지난해 4월쯤부터 B씨가 아이를 집에 버려 놓고 새 남자 집에 가서 지냈던 것이다. 아이가 악취 나는 집에서 이불에 똥오줌을 싸며 고픈 배를 잡고 혼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여기에 덧붙여 A씨는 "그러다 B씨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고 해 시기를 계산해보니 집에서 제가 나가기도 전에 임신했단 사실을 알았다"면서 "얼마나 그 남자 애를 갖고 싶었으면 수십 개의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매일 임신을 체크했을까. 그렇게 갖고 싶던 애가 들어서고 배가 불러오니 OO이는 점점 눈 밖에 났나 보다"고 말했다.
더불어 A씨는 "며칠이 지나고 B씨는 OO이가 굶어 죽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면서 "비가 내리고 찌는 듯 더운 날들이 지나갔던 8월, 먹을 것도 없고 옷에 똥오줌 묻혀가며 쓰레기 더미에 기대 지쳐갔을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칠 것만 같다"고 적었다.
A씨는 이어서 "B씨는 희대의 악마이고 살인마"라면서 "어떻게 새 남자와 신혼처럼 밤을 보내기 위해 그 꽃잎보다 고운 아이를 수백일 동안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나"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A씨는 "힘을 모아 달라. B씨가 살인에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를 압박해 달라"면서 "더불어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귀 접힌 아이가 어딘가 살아있다면 찾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 부탁드린다"고 썼다.
한편 살인 및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B씨는 지난 9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당초 B씨는 숨진 3세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의 DNA 검사 결과 자매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B씨의 어머니인 석모씨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석씨는 여전히 "결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B씨의 아이와 바꿔치기했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