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년이 비정규직이면 결혼과 출산은 어떻게 하느냐”는 화두를 던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시를 내렸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가 떠오르자 야권 대선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강성노조 눈치를 보는 노동정책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최저임금 문제 관심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한 한식당에서 노동문제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청년 문제를 논의했다.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면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할 수 있겠는가”를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동일노동·동일임금, 최저임금 정책,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정책 등에 대해 토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총장과 정 교수의 정책 논의는 4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그만큼 윤 전 총장이 청년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문제, 특히 이남자(20대·남성 유권자) 문제는 정부여당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릴 정도다. 취업난을 겪고 있고 취업에 성공해도 높은 집값 문제에 신음하며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번 4·7재보궐선거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 72.5%가 야권 단일 후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기도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2.2%를 받는데 그쳤다.
“청년들 IMF처럼 취업난·암울한 시기”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년 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다”고 주문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코로나 충격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외환위기 때 청년들은 닫힌 취업 문과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 ‘IMF 세대’로 불리며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의 청년들도 그때보다 못지않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락다운(봉쇄) 세대’가 될 수도 있다”며 “(청년 문제가) 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기존의 대책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며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기에 들어선 만큼 이 기회에 민간 기업이 더 좋고,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거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들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보다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며 “주택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들을 위해 세심하게 정책적으로 배려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비정규직 핵심은 ‘강성노조·노동유연성’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청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데 뛰어들었다. 홍 의원은 이날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예로 들면서 “ “청년 비정규직이면 어찌 결혼, 출산할 수 있겠나. 참 좋은 말이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비정규직은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 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기현상”이라며 “오늘날 메르켈의 독일이 제조업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메르켈 총리 이전의 좌파 정권이었던 슈뢰더 총리의 노동 개혁으로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 되어 경제가 살아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윤추구를 제1의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 해고의 자유도 주지 않고 노동의 경직성만 강요하는 노동시장 정책이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했는데 그 원인을 해소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강성노조의 눈치만 보면서 결과 평등만 기업에게 강요한다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고, 기업 경영보다 부동산 임대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종국적으로 청년실업 문제도 더욱더 심각해진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비정규직 문제는 강성노조 횡포 억제와 노동의 유연성 확보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