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재활용 수준을 넘어 새롭게 활용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 미래에 끊임없이 발생할 방사성 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피폭 방지 중성자 흡수체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박환서(사진)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장은 13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기술은 기존 방사성 폐기물 재활용 기술의 고도화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원자력연구원은 박 실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탄화붕소로 전환해 핵물질 저장·운반 때 연쇄적인 핵분열을 막거나 중성자 피폭을 방지하는 데 쓰는 중성자 흡수체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산업체, 연구 기관에서 발생하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00ℓ 드럼에 밀봉돼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보내진다. 연구팀은 이같이 원전 내 보관 중인 드럼 속 폐활성탄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 분말을 재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박 실장은 “기존 저준위 폐기물 재활용은 방사성 폐기물 처분 동굴을 채우거나 관리 시설의 차폐재 등으로 단순 활용하는 데 그쳤다”며 “그동안 부피 압축 방법 등이 연구됐지만 10% 안팎을 줄이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폐기물을 아예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저준위 폐기물인 폐활성탄과 붕산 건조 분말을 1,500도 이상의 고온으로 빠르게 가열하는 것. 이를 통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은 날아가고 중성자 흡수 능력이 뛰어난 탄화붕소만 남게 된다.
박 실장은 “폐활성탄과 붕산 건조 분말을 단순히 탄화붕소로 전환만 해도 일반 용기로도 중성자 흡수체로 변환할 수 있다”며 “부피도 기존의 3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한 드럼(200ℓ)당 처리 비용은 1,500만 원 정도다. 현재 원전 내 보관 중인 저준위 폐기물만 폐활성탄 드럼 5,000개와 붕산 분말 드럼 2만여 개인데 이 같은 양을 모두 새 재활용 방식으로 처리하면 폐기물 비용만 약 2,6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그는 “용기값 절감 비용까지 합하면 최대 3,000억 원의 처분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특히 앞으로 쌓이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대체재를 외국에서 사들여 오는 비용까지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방사성 폐기물을 원료·재료화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전체 공정을 실험실 규모로 모의 시현해 성공했으며 핵심 기술에 대한 4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지난 2007년 원자력연구원에 들어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연구에 집중해온 박 실장은 “앞으로 4년 안에 모의 검증을 마무리하고 탄화붕소 전환 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2030년대에 국내외 원전 해체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그에 따른 폐기물 처리 문제가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폐기물 처리 상용 기술을 연구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