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패션 테크 플랫폼 ‘지그재그’(ZigZag)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을 품는다. 검색과 물류 경쟁력으로 바탕으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는 네이버·쿠팡과 달리 20~30대 소비자를 흡수해 트렌드와 취향 기반의 새로운 모바일 패션 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고 14일 밝혔다. 합병 법인은 오는 7월 1일 출범하며, 법인명은 미정이다. 대표는 크로키닷컴의 서정훈 대표가 맡는다.
합병을 통해 카카오는 지그재그가 보유한 패션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 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글로벌 패션 시장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2015년 출시된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20~30대 충성 고객을 확보해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바라보며, 차기 유니콘 기업에 올라섰다.
지그재그는 이용자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인기순·연령별·스타일별로 여성 쇼핑몰을 분류해서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선호 쇼핑몰과 관심 상품, 구매 이력 등에 따른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9년에는 각기 다른 쇼핑몰의 상품을 하나의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는 통합 결제 서비스 ‘제트(Z) 결제’를 선보여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CIO)은 “지그재그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높은 성장성과 경쟁력을 검증받았다”며 “카카오가 보유한 글로벌 콘텐츠 및 팬덤의 영향력과 시너지를 통해 앞으로 물류 접근성이 쉬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이번 지그재그 인수합병을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네이버·쿠팡과는 다른 e커머스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달 이베이코리아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할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끝내 불참을 택했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옥션의 사업 전략이 카카오커머스와 시너지가 나지 않는 이유에서다.
반면 카카오는 ‘선물하기’나 ‘톡딜’ 등 ‘관계형 커머스’를 지향한다. 또 최근 도입된 카카오톡의 4번째 탭 ‘카카오쇼핑’에서는 만족도가 높은 상품들을 선별해 이용자들에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카카오커머스의 방향성이 ‘AI 추천’ 기반의 ‘지그재그’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그동안 지그재그가 제공해온 다양한 쇼핑몰과 상품들이 카카오커머스의 쇼핑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밖에 10대와 20대의 카카오톡 이용률이 감소하는 가운데 젊은 세대가 즐겨 이용하는 지그재그를 통해 카카오 생태계를 전 연령층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