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인 광시자동차그룹이 일본 최대 택배 회사에 소형 전기차 7,200대를 공급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중국 업체가 일본 기업에 전기차를 대규모로 납품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 굴기’에 힘입어 중국 업체의 일본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에 따르면 SG홀딩스 산하 사가와익스프레스는 국내 배송 트럭으로 사용할 전기차를 광시자동차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오는 8월 전기차 사양이 정해진 후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2022년 9월 납품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 개발과 제품 보증은 일본의 전기차 스타트업인 ASF가 담당한다. 광시자동차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ASF에 납품한다. 사실상 일본 기술이 들어간 중국산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다.
소형 전기차를 만드는 일본 업체도 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중국 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자동차는 지난 2011년 세계 최초의 양산 소형 전기차인 ‘미쓰비시 아이미브’를 출시했다. 1회 충전으로 160㎞ 주행, 최고 시속 130㎞의 성능을 갖췄지만 가격 문제 등으로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지금까지 판매된 차량은 9,100대에 불과하다.
광시자동차가 생산하는 전기차의 구체적인 가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소형 미니밴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는 현재까지 일본 동물원 등에 총 53대의 전기 버스를 납품했다. 비야디는 내년까지 납품 대수를 100대로 늘릴 계획이다. 납품량이 많지 않은 만큼 일본 시장에서 제대로 된 중국 업체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라는 진단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소형 전기차와 전기 버스 등 상용차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일본 진출 속도가 빨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는 “소형 전기차는 채산성과 브랜드 유지 문제 등으로 일본 업체가 별로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라며 “이 틈을 파고들어 중국산 전기차가 일본에 본격적으로 상륙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장 중국은 2035년에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로드맵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로드맵에는 현재 중국 자동차 생산의 5%를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 비중을 2025년 20%, 2030년 40%, 2035년에는 50%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미중 갈등의 와중에 전기차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제조 업체는 물론 공급 업체, 소비자 등에 지원금 등을 뿌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그간 전기차 산업 지원에 쓴 돈만 최소 600억 달러(약 67조 1,22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 1∼2월 중국에서는 플러그인 전기차가 28만 대 팔려 23만 대를 기록한 유럽을 제쳤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올해 초 전기차가 중국에서 170만 대, 유럽에서 190만 대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속도라면 중국이 유럽을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