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 총격으로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 최대 축제인 전통설 띤잔(Thingyan) 연휴를 맞아 군인들이 물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희생자를 기리며 저항 의지를 다지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시민들과 상반된 모습이다.
1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만달레이의 한 사관학교에서 전날 생도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보도됐다.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백 명의 생도들이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입고 손을 위로 흔들거나 아래위로 뛰면서 춤을 추고 있다. 주변에서는 호스와 물총 등으로 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라와디는 이 영상과 관련해 "2월 쿠데타 이후 숨진 수백 명의 시민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는 시민들이 띤잔 축제를 벌이는 것을 거부했다"고 보고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민간인들은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군인들은 띤잔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불법적인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를 침략한 외국 군대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CPRH는 또 "명백히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칙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에 대해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기소했다.
유튜브에도 미얀마 군인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런 영상은 미얀마 군경이 시민들의 희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전·현직 장교 4명은 "군인 대부분이 세뇌됐다" "군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병사 대부분은 일생동안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현직 장교는 "대다수 군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들에겐 군부가 유일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한 네티즌도 SNS에 "미얀마 군인들은 700명 이상을 죽인 뒤 띤잔 축제를 펼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한편 한 단체는 군부 방송이 양곤의 중심부 광장을 가득 채운 반(反) 쿠데타 집회 모습을 띤잔을 즐기려는 인파라고 속이는 방송을 내보냈다며 관련 장면을 SNS에 캡처해 올렸다. 다른 SNS에는 관영 매체들이 몇 년 전 행사 영상을 가져다가 올해 띤잔 축제 모습이라며 소개하고 있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군부의 이같은 거짓 뉴스는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는 동시에 현재 미얀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속내로 풀이된다.
한편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시민들은 715명에 달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