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가에서 가장 뜨거운 자산 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우주 산업과 관련한 최신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은 뒤 투자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15일 금융 투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출시된 아크인베스트의 액티브 ETF ‘아크 우주탐사 ETF(ARKX)’를 두고 ‘자금 몰아주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ARKX가 1위 ‘트림블(8.91%)’에 이어 6.02%로 두 번째로 많이 담고 있는 ‘3D 프린팅 ETF(PRNT)’ 때문이다. 이 ETF는 아크인베스트가 지난 2016년 출시한 3D 프린팅 기업을 담은 ETF다. 시장의 기대가 집중된 신상품에 자매 상품을 담은 것이다.
이뿐 아니다. 3D 프린팅 ETF(PRNT)는 ExOne(6.98%)·HP(5.90%)·스트라우만(5.26%)·마이크로소프트(5.11%)·PTC(5.04%)·트림블(4.97%) 등을 담고 있다. ARKX가 가장 많이 담은 트림블은 PRNT에도 편입돼 있다.
ARKX는 14일(현지 시간)까지 10거래일여 만에 6억 5,900만 달러(약 7,4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상장 당일 20.07달러까지 떨어진 가격은 14일 20.92달러로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37.10달러였던 PRNT는 38.70달러로 올랐다. PRNT의 전체 설정액 6억 1,100만 달러 중 ARKX가 투자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가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ARKX에 대한 신규 투자자의 자금 유입은 같은 회사 ETF인 PRNT에 대형 호재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투자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대규모 자금 유출에는 대응이 힘들 것이라는 게 요지다. ARKX의 자금 유출이 PRNT의 자금 유출로 이어지고 두 ETF의 자금 유출로 편입 종목의 가격이 하락하면 다시 ETF의 수익률이 하락해 자금 유출을 낳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매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윤리적 문제가 없느냐는 비판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출시 이후 ARKX를 4,000만 달러(약 5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운용사의 운용 자금을 빠르게 늘리고, 상승장에서 ETF 구성 종목의 가격 증대 효과를 노리고 이 같은 방식의 투자를 했을 수 있다”며 “액티브 ETF가 알파 창출을 위해 적극적 운용을 허용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자산 배분을 통한 장기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펀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투자는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크인베스트의 투자 방식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게 처음은 아니다. 아크인베스트의 6개 액티브 ETF에는 중복 투자 종목이 적지 않다. ‘아크 로봇공학 ETF(ARKQ)’도 트림블을 5.76% 담고 있고 테슬라는 ARKQ와 ‘아크 혁신 ETF(ARKK)’ ‘아크 차세대 인터넷 ETF(ARKW)’까지 3개 액티브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크 ETF는 평균 55종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테슬라·텔라독·스퀘어 등의 합산 편입 비중이 10%를 웃돈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구성 종목 수와 높은 개별 종목 편입 비중으로 자금 유출 시 구성 종목 조정에 더 큰 충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경우 13일 기준 ARKK는 약 5억 달러(약 6,000억 원), ARKG는 1억 6,320만 달러(약 2,000억 원) 등 적잖은 금액의 아크 ETF를 보유하고 있다.
/양사록 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