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논의, 초반부터 첩첩산중

내년부터 시범사업 시행 목표
복지부 매월 1회 자문위 회의
재원조달 등 이견 많아 난관 예상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못하게 된 경우에 국가가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상병수당’ 제도가 올해 논의를 거쳐 내년에 시범 사업에 돌입한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를 도출할 방침이다.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재원 조달 방법, 보장 대상 선정 기준 등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난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전문가로 구성된 ‘상병수당제도 기획자문위원회’를 열고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프면 쉬기’라는 방역 지침이 시행됐지만 소득 보장 없이는 현실적으로 쉬기 어려운 만큼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현행 산업재해보험은 업무상 상병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다.


이번 상병수당 도입 논의는 해외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 중에서는 한국과 미국을 제외하고 이미 상병수당을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뉴욕·캘리포니아주에서는 이미 상병수당이 도입됐다. 국내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을 통해 상병수당 지급의 법적 근거를 명시했지만 시행령 등 하위 법령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자문위는 이날 재원 조달 방법, 보장 기관과 급여 수준, 보장 질환의 범위 등 상병수당 제도 도입에 필요한 논의 사항을 구체화했다. 아울러 재원 조달 방법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만만치 않다. 지난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 추계에 따르면 상병수당 도입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0.04%(8,055억 원)에서 최대 0.1%(1조 7,718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이 재원을 조세와 사회보험 중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태다. 위원회는 이날 기존 소득의 대체율을 어느 정도로 선정할지, 수당 대상자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수당 대상자와 관련해서는 치료 기간이 길지 않은 경증 환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해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됐다.


복지부는 이날부터 올 12월까지 매월 1회씩 9차에 걸쳐 자문위 회의를 이어가는 동시에 논의 내용을 토대로 내년부터 상병수당 시범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변성미 상병수당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시범 사업 모형은 본 사업 모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어느 정도 시행할지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며 “앞서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할 때는 3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본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를 벤치마킹해서 사업 기간을 설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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