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을 지원해준 보증기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당장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유예 조치가 끝났을 때다. 일부 지역 보증기관들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 은행권 대출을 보증해주면서 향후 대출 부실 폭탄이 터질 경우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일부 보증기관에서는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출연요율 상향을 요구하는 등 재원 마련을 위해 군불을 때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은 올해 코로나19로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차 금융 지원에 운용배수를 41배로 전망했다. 운용배수란 기본자산 대비 보증잔액의 배율로 보증기관들은 적정 운용배수로 통상 10배를 책정하고 있다. 신보의 보증 공급량이 적정 수준의 4배에 달하면서 대출 부실화 때 신보의 부담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운용배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보증 부실률이 커져 보증기관이 채무부담을 떠안게 돼 적정 운용배수로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신보가 올해 소상공인 2차 금융 지원의 운용배수를 적정 운용배수보다 4배가량 높게 책정한 데는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보증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는 백신 공급에 코로나19 4차 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보 측은 “소상공인 금융 지원 계정의 운용배수는 높게 책정했지만 전체적인 운용배수는 12.3배 선에서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은행권은 올 1분기까지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만기 연장 143조 원 △원금 상환 유예 9조 원 △이자 상환 유예 1,119억 원 등 총 152조 원을 지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대출 만기 연장·유예 조치를 오는 9월 말까지 연장했다.
그나마 신보가 보증한 대출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낮다고 은행권은 입을 모은다. 신보 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취급한 코로나19 대출의 상당 부분은 중소기업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직접 취급하거나 지역신보가 보증해 기업은행·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나간 대출은 개인사업자가 주 대상이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업종인 탓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A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영업 피해가 큰 곳이 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영세상인”이라며 “은행은 대출 부실이 나도 보증 90%를 받아 (은행이) 흔들릴 정도로 피해를 입지 않지만 노래방 업종 등 영세상인들에게 보증·대출을 해준 지역신보는 리스크가 커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신보는 자산에 비해 보증 잔액이 늘어나면서 적정 운용배수를 넘어선 곳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서울(10.28배), 경북(11.51배), 대구(11.57배), 대전(10.54배) 지역의 신용보증재단이 10배를 넘었다.
지역신보를 중심으로 출연요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올해 본격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원활한 대출 공급을 위해 지난해 7월 은행권의 지역신보 출연요율을 기존 0.02%에서 0.04%로 확대했다. 신보(0.225%)보다 여전히 낮은 만큼 추가 상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법정 최고한도(15배)를 넘어서는 지역신보가 나올 수 있다”며 “출연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동의가 필요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해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B 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개별 금융사, 기업이 부담해야 할 리스크를 보증기관이 부담하는 구조로 코로나 금융 지원이 이뤄졌다”며 “결국 보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회사·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수순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