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 수사경험 다 합쳐도 26년...공수처 부장검사 역할 커질듯

文 대통령, 15일 공수처 검사 13명 임명 재가
'주요보직' 부산 외사부장 출신 김성문 주목
평검사 중엔 김수정·예상균·김숙정 3명 檢출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검사 13명이 임명돼 개개인에 이목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서는 13명 중 4명이 검찰 출신이고 이들마저 수사 경험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공수처 부장검사로 뽑힌 검찰 출신 김성문(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공수처 신임 검사 13명의 임명을 재가했다. 부장검사 2명, 평검사 11명이 임명돼 공수처 검사 정원 23명(처·차장 제외)의 절반 정도만 채워진 규모다.


공수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해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공수처 검사로서 적합한 인물들을 추천했다”고만 말했다. 이는 인사위에서 결국 200명의 지원자 중 13명 외 다른 지원자들은 정원을 못 채우더라도 뽑을 수 없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셈이다. 인사위는 32명의 부장검사 후보, 168명의 평검사 후보를 지난달 말부터 심사했다.


공수처가 심사숙고해 뽑은 13명의 신임 공수처 검사 중 검찰 출신은 4명이다. 그 외 9명은 판사나 일반 변호사, 감사원, 금융감독원 등 출신이다. 수사기관인 공수처가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들을 얼마나 뽑을지는 당연히 관심사였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 검사 25명 중 12명까지 검찰 출신일 수 있어 공수처는 그 정원을 채워 풍부한 수사 유경험자들을 많이 뽑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사 결과가 나와 보니 수사 유경험자는 4명만 있는 것이다.


“부산 외사부장 출신, 실력 인정된 것”…檢안팎 공통 평가

공수처 부장검사로 뽑힌 김성문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는 2015년 부산지검 외사부장, 2016년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을 끝으로 2017년 변호사 개업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변호사가 현재로선 공수처 검사 중 유일하게 수사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김 변호사와 부산지검에서 같이 근무했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외사부장은 부산에서 중요한 자리인데 그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신임 공수처 검사들 중 유일하게 수사력이 검증된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사부는 관세 관련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부로, 관세청 등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거나 직접수사를 한다. 관세 범죄가 많은 부산지검과 인천지검 외사부장은 검찰에서 주요보직으로 볼 수 있다.


김 변호사를 아는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은 사람이었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좋은 검사라는 평판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특별수사(특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공수처는 민감한 정치적 사건이나 부패 사건 등 특수 분야를 전담하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특수 경험이 깊은 변호사가 와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왔다. 김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차장검사는 “인품과 수사력이 좋으신 분인 것으로 알지만 반부패 수사를 많이 한 분으로 알려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평검사로 있을 때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수사를 잘했기 때문에 특수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 되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평검사 수사경험 부족한데…"감당할 수 있을까" 우려

검찰 안팎에서는 그러나 대부분 김 변호사와 함께 뛰어줄 평검사들이 수사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국가적 부패 사건과 정치 사건을 초임검사들에게 맡기는 셈”이라며 “대형 사건의 경우 실수 하나라도 발생하면 수사가 망가질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검사 정원을 채우지 않고 현 상태서 수사를 시작하면 김성문 신임 부장검사가 독박을 써야 할 정도로 수사 업무가 쏠리지 않을까 싶다”며 “그를 따라와 줄 부하 검사들 중에 ‘선수’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법무연수원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지만 그것으로 수사를 잘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며 “수사가 잘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 중 평검사 11명 중에는 검찰 출신이 3명 있다. 김수정(30기) 변호사, 예상균(30기) 영남대 로스쿨 교수, 김숙정(변호사시험 1회) LKB 변호사다.


김수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부장검사는 “2007년에 육아를 위해 검찰을 떠났던 사람”이라며 “검찰에 있을 때는 되게 조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와 동기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변호사가 돼서 언론을 많이 탔던 성범죄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김수정 변호사는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1년 광주지검에 부임한 후 2007년 서울서부지검 검사를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창원지검 진주지청, 광주지검 순천지청 등에서도 근무했다. 주로 형사부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주지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후배 검사를 만나 결혼하게 됐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예상균 교수는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1년 창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14년 인천지검 검사를 끝으로 떠났다. 광주지검 장흥지청, 수원지검 안산지청, 전주지검, 서울북부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예상균 영남대 교수의 경우 “검찰에서 수사를 할 때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성격이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숙정 LKB 변호사는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로스쿨을 나와 2012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첫 부임지였다. 이후 인천지검,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근무하고 2017년 변호사로 나왔다. 2018년 경찰수사연수원 외래교수 및 발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해왔다. 검찰 출신 공수처 평검사 3명의 수사경력을 합치면 26년 뿐이다.


최석규 부장검사는 판사 출신…금감원·감사원 출신도

한편 김성문 변호사와 함께 부장검사로 발탁된 최석규(29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그는 공인회계사였다가 2000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법, 대구지법 경주지원,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를 끝으로 2009년 변호사가 됐다. 이후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고 국세청 고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최 변호사는 이번에 뽑힌 공수처 검사 중 유일한 판사 출신으로 공수처에서 수사 말고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소부 부장검사로 갈 수 있다. 다만 공수처는 수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공소부 검사들을 채우는 것은 맞지 않다는 기류다. 때문에 최 변호사는 회계 분야 경력을 살려 수사 파트로 배정받을 확률도 높다. 또 판사 출신으로서 판사 선배들인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과의 협력 관계도 주목된다.


김수정 변호사와 예석균 교수가 공수처 부장검사들과 기수가 한 개만 차이나는 점도 특이점이다. 공수처는 검찰처럼 부부장검사 개념이 없지만, 김 변호사와 예 교수가 실무에서 차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검찰 출신 신임 공수처 검사들은 김송경(40기), 김일로(변시 2회), 문형석(36기), 박시영(2회), 이승규(37기), 이종수(40기), 최진홍(39기), 허윤(1회) 변호사다. 검사 중 막내는 1985년생 이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다. 13명 검사 중 김송경·김수정·김숙정 변호사가 여성이다.


최진홍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파견 경험이 있다. 또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로 수사 경험이 일부 있다. 문형석 변호사는 감사원 출신이다. 허윤 변호사는 대한변협 대변인을 역임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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