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중소형 호텔 자리를 고급 오피스텔이 대신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호텔을 재개발해 수요가 많은 주거용 시설로 판매하기 위해서다. 특히 고급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투자 매력이 낮지만 3가지 이유로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과 논현동 포레힐호텔이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두 호텔을 고급 오피스텔로 개발하려는 시행사 등이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은 특성상 교통이 편리하고 입지가 양호한 곳에 위치한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 신규로 주거형 시설을 공급할 땅이 없는 만큼 매각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을 중심으로 호텔들은 장기간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 것이란 판단에 비즈니스 호텔 등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2018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되면서 1차 타격을 입었다. 이후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중소형 호텔 업계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서울 시내 신규 아파트나 주거형 시설을 공급할 땅이 부족해지면서 오피스 빌딩뿐 아니라 입지가 양호한 호텔을 인수해 재건축하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미래에셋이 현대건설과 함께 개발 중인 장안동 경남 호텔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 오피스텔 390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르메르디앙 호텔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크라운호텔을 비롯해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레스 강남 등도 고급 주거용 시설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고급 오피스텔은 일반 아파트에 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채 당 가격이 10억~12억 원에 달하지만, 공간은 약 10평(33㎡)에 불과해 가족 단위의 실거주 수요가 적은 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투입되는 자금 대비 투자 수익률이 낮아 투자 목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급오피스텔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 요소를 ‘증여·영앤리치·사교모임’ 3가지로 분석했다. 일부 부유층들은 자식들에게 자산을 증여하기 위해 고급오피스텔을 선택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에 비해 증여세 부담 등이 적기 때문이다. 벤처사업가나 유명 학원 강사 등 30~40대 영앤리치(젊은 부자)들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고 다양한 부대시설 등에 매력을 느껴 고급오피스텔을 선택하고 있다. 사교모임을 위해 고급오피스텔을 구매하는 수요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거목적이 아닌 프라이빗 살롱(개인 응접실) 개념으로 오피스텔을 사용하는 식이다. ‘강남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일부 부유층 여성들은 “일반 카페는 시끄럽고 복잡해 사교모임을 하기에 격이 떨어진다”라며 수년전부터 고급 오피스텔을 매입해 사적 모임 장소로 꾸며온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관련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우후죽순식 개발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현재 고급 오피스텔을 찾는 이유가 일반적이지 않는 만큼, 무작정 공급이 늘어나면 한순간에 인기가 식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성 소비가 늘었지만 인기가 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면서 “부동산 정책과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언제든 수요가 급감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강민제 기자 gg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