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유아를 자녀로 둔 직장인 박모(38)씨는 아이의 코에서 콧물이 계속 흘러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동네 소아과를 찾았다. 박씨는 첫 방문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4일간 아이에게 코 감기약을 먹였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더 지나도 아이의 증상이 계속되자 박씨는 다시 소아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부모 중에 누구라도 비염을 앓았던 적이 있느냐” “아기가 얼굴이나 머리를 긁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한 뒤 “아이의 월령이 낮아 단정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감기의 일반적인 증상인 열이 나지 않는 데다 얼굴 쪽을 긁는 아이의 증상으로 볼 때 알레르기 비염인 것 같다”고 전했다.
황사·미세먼지와 함께 꽃가루가 날리는 4월은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게는 잔인한 달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절에 따른 질환의 통상적 추이를 무색하게 만들기 전인 지난 2019년 4월 기준 혈관운동성 및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수는 123만4,626명으로 그해 월 평균 환자수(58만9,556명)의 두배 보다도 많았다. 같은 해 전체 환자(707만4,671명) 가운데 0~9세 환자(179만8,667명) 비율은 25.4%에 달했다.
코 안쪽 비강의 점막에 염증이 생겨 재채기나 콧물·코막힘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인 비염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알레르기 비염과 혈관운동성 비염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대체로 통년성 항원인 집먼지 진드기·동물의 털·곰팡이·바퀴벌레, 계절성 항원은 꽃가루 등으로 유발된다. 혈관운동성 비염은 급격하게 온도가 변하는 등의 특정 상황에 발병한다. 두 비염은 콧물·코막힘 등의 증상은 유사하지만 재채기나 가려움 등의 증상은 주로 알레르기 비염에서 나타난다.
알레르기 비염이 일반 감기와 다른 점은 이런 증상이 10일 이상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재발한다는 것이다. 감기는 보통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몸살이나 두통 등의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특정 계절에 코막힘·콧물·재채기 등이 10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 방법은 크게 회피·약물·면역·수술 등 네 가지가 있다. 회피 요법은 알레르기 항원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오래된 천으로 된 소파·인형 등은 치우고 침대보 같은 것은 자주 빨아주는 것이 좋다. 세탁은 고온에서 하고 집안을 약간 서늘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물 요법은 항히스타민제나 국소용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의사로부터 처방 받아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며 면역 요법은 환자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여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사제로 치료했는데 최근에는 혀 밑에 알약을 투여해 치료하기도 한다. 약물이나 회피로 치료되지 않으면 비갑개(콧속 점막) 부피를 줄여주는 여러 가지 수술법을 활용한다.
김태훈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알레르기를 그냥 방치하면 아이의 경우 천식이 동반될 수 있고 축농증이라고 불리는 부비동염이 생기거나 중이염·인후염 등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비염 증상 완화 뿐 아니라 합병증 예방 목적으로 비염은 꼭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집먼지 진드기·동물털·꽃가루 등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사람마다 과민 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물질은 다르다”며 “알레르기 비염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까운 알레르기클리닉을 찾아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 내 몸이 어떤 알레르기 물질에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