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불매운동"...무리한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 역풍 분다

세포실험 단계 연구로 억제 효과 자랑에
한때 품절 대란, 주가도 일주일 새 60% 급등
뒤늦게 고개 숙여도 뿔난 소비자 비난 거세
거래소는 주가조작 정황 있나 살피기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연합뉴스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남양유업이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뒤늦게 사과를 하긴 했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진행한 항바이러스 효과분석에서도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를 99.999%까지 사멸했다”고 주장했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마치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발표해 주가도 급등했다. 당일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종가(38만원) 대비 29% 오른 48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8일 종가(30만6,000원)보다 60% 가까이 뛴 것이다.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불가리스 품절 사태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임상 연구가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과 치료효과를 실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 조치하고, 생산공장이 있는 세종시에 영업 정지 2개월의 행정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공장은 세종, 천안, 경주, 나주 등 전국에 총 5개가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세종공장 영업이 정지될 경우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는 남양유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정황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결국 남양유업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는 남양유업 제품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이 쏟아져 나온다. 이미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논란 등으로 이미지가 바닥에 추락한 지 오래다. 남양유업의 매출은 지난해 9,489억원을 기록해 11년 만에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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