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시가격이 폭등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처분하는 대신 증여를 택했다. 공시가 옥죄기를 하면 다주택자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이 또 빗나간 것이다. 오히려 부의 대물림만 폭증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거래원인별 아파트 거래’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전국에서 1만 281건의 아파트 증여가 이뤄졌다. 올해 들어 6,000건 수준을 유지하던 증여 건수가 3월에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폭증’한 것이다.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가 1만 건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7월(1만4,153건)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아파트 증여 건수가 2월 933건에서 3월 2,019건으로 2.1배 늘었다.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지난해 말 2,000건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1월 1,026건, 2월 933건으로 감소했으나 3월 들어 증가한 것이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 증여가 폭증했다. 강남구의 지난달 아파트 증여는 812건이 이뤄졌다. 전달(129건) 대비 6.2배 늘어난 수치다.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2018년 6월(832건)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높다. 강남구 다음으로는 강동구가 307건으로 전달 대비 34.6% 증가했고 노원구(139건), 강서구(121건)가 뒤를 이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부유층이 자녀에게 서둘러 집을 마련해주려 강남 아파트 증여에 나선 경우가 있고,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증여 러시’는 서울만의 현상이 아니다. 올해 들어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늘어난 시도 지역에서도 증여 건수가 껑충 뛰었다. 70.68%라는 압도적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을 기록한 세종이 대표적이다. 세종의 3월 아파트 증여 건수는 124건으로 전달인 2월(51건)의 2.4배에 이른다. 인천은 올 3월 들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증여 건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증여가 이뤄진 적이 없었지만 3월에만 1,244건의 증여가 이뤄진 것이다. 전달인 2월 증여 건수는 219건에 그쳤는데 불과 한 달 새 5배 넘게 늘어났다. 전국 평균을 웃도는 23.96%의 공시가격 상승률을 보인 경기에서도 3월 증여 건수가 전달 대비 1,600건가량 늘어났다. 경기의 3월 증여 건수는 3,647건이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오는 6월부터 3주택자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이상)의 종부세율이 기존 0.6∼3.2%에서 1.2∼6.0%로 오른다. 양도세율도 현재 기본 6∼45%에서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는 여기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가 가산되는데 6월부터는 이 중과세율이 각각 20∼30%포인트로 상향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은 65∼75%로 높아지게 된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