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문화 동북공정 심각…김치·한복·삼계탕 ‘자국 문화’ 억지” [청론직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中 민관 합동 왜곡, 문화 주도권 韓으로 이동할까 위기감
‘공정’은 비뚤어진 애국심…중·일 역사왜곡 세계에 알려야
중국 바이두에 항의 메일, 도쿄올림픽 욱일기 저지 활동
한류 스타들 우리 문화 알리기 앞장, 역사 교육 강화해야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9일 대학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이들의 왜곡에 대해 항의하고 세계에도 널리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습니다. 이들의 역사·문화 왜곡에 대해 항의하고 세계에도 널리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서경덕(47·사진)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중국이 ‘역사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이어 김치·한복·판소리 등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까지 펼치고 있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강조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 교수는 대학 재학 시절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동아리 구성을 주도한 것을 시작으로 25년여 동안 중국과 일본의 역사·문화 조작에 맞서 활동해왔다. 그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문화 공정으로 인해 문화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됐다”며 “우리 학생들에게 중국과 일본의 왜곡 실상을 잘 가르치고 문화·역사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중국에서 한국 문화를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중국이 김치·한복·판소리·아리랑·삼계탕 등이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 TV 퀴즈쇼에서는 태극기도 중국인이 만들었다고 왜곡해 큰 논란이 됐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비뚤어진 중화사상을 가진 중국 네티즌의 발로라고 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김치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유엔 주재 중국대사도 중국 정부의 계정으로 된 트위터에 김치를 중국 것이라고 했다. 환구시보나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에서 왜곡 보도하고 (카톡 같은) 위챗이나 (단문을 전달하는 SNS인) 웨이보를 통해 전파하면서 확증 편향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왜 이렇게 문화 동북공정을 진행한다고 보는가.


△서양인들이 아시아의 대표 문화로 중국 문화를 꼽았다가 이제는 K팝·K무비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다. 아시아의 문화 주도권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판단해 위기감을 갖고 비뚤어진 애국심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 이후를 대비해 일찌감치 지난 2000년대 초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역사 등을 모두 중국 지방정권으로 만들기 위해 ‘역사 동북공정’을 먼저 시작했는데.


△2002~2006년에 시작한 역사 동북공정을 지금도 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의 자국 영토 안에 있던 역사를 모두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의 항의로 잠시 수그러든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 중국의 역사 동북공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을 한) 윤동주 시인의 국적과 민족을 각각 중국·조선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1932년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도 조선족,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군 사령관 등을 폭사시킨) 윤봉길 의사도 조선족으로 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4월 미중정상회담 뒤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는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시 주석의 말은 왜곡된 역사관을 담은 동북공정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아쉬웠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에서 반중(反中) 감정이 심화됐다. 그래도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에 적극 대처하면서 경제적 불이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사드 사태 이후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가 많더라. 하지만 역사 왜곡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상대가 멈칫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은 잘 조율해야 한다. 중국이 역사·문화를 왜곡한다고 우리끼리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바이두에 김치 왜곡 항의 메일을 보냈더니 ‘김치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래됐다’는 문장이 지워졌다가 몇 시간 뒤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갔다’고 다시 써놓고 수정할 수 없도록 잠금장치를 걸더라. 논리가 군색한 것이다. 바이두에 우리 독립운동가 50인의 국적과 민족이 어떻게 표기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국제사회에 우리의 역사·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한데.


△저희는 올해 초 뉴욕타임스에 한국의 김장 문화가 2013년 유네스코에 등재됐다는 반 개 면짜리 광고를 했다. 이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실었는데 해외 유학생과 교포들이 퍼날랐다. 유엔 주재 중국대사에게도 항의 서한을 보냈다. 중국은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저렇게 왜곡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항의해야 한다.


-역사 왜곡을 막으려면 깨어 있는 시민들이 나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우리 문화·역사를 알리는 광고를 했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해서다. 김치뿐 아니라 한복·아리랑 등 우리 문화 콘텐츠에 관해 여러 나라 말로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SNS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웨이보에도 중국의 억지 주장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짚으려고 한다. 바이두에서 우리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꾸준히 바로잡겠다.


-학부나 대학원이나 역사·문화 전공이 아니던데 어떻게 우리 역사·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됐나.


△대학은 점수에 맞춰 조경학과를 들어갔지만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들이 중국·일본만 알고 한국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더라. 그래서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 ‘8·15 광복절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길을 걸어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오승현 기자



-우리가 국수주의적 입장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제대로 알리고 있는가.


△사실 나라·지역별로 문화가 다르므로 맞춤형 홍보를 해야 한다. 세계인들을 향해 우리 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려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문화 왜곡에 대한 논쟁이 커지며 한중일 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데 우리 정부와 정부·민간·학계·기업 등이 모두 힘을 모아 정확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연예인들과 같이 활동을 많이 하던데.


△한류 스타들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많이 보태고 있다. 같이 활동하는 송혜교 씨는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광고를 거절하기도 했다. 연예 스타들과 ‘막걸리 유랑단’을 만들어 막걸리 등 한식도 알렸다. 이영애 씨는 뉴욕타임스 광고 모델 재능 기부를 했고, 싸이도 K팝 안내서 무료 모델을 했다. 세계적 한류 스타인 BTS와도 같이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우리 문화를 해외에 많이 알려 현지 생활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식객편’을 촬영했던 MBC ‘무한도전’ 팀과 같이 뉴욕타임스에 비빔밥 전면 광고를 한 것도 기억난다. 역설적으로 중국의 문화 공정을 계기로 문화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게 됐다. 일본이 과거 김치를 ‘기무치’라고 주장했으나 우리 정부나 학계 등에서 물리치지 않았나.







-세계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한국어 서비스도 하던데.


△송혜교 씨와 함께 지난 10년여 동안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현대미술관·보스턴미술관·토론토박물관 등에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했다. 올해부터는 유럽에서도 시작한다. 배우 김윤진 씨는 영어를 잘해 해외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한국어 서비스를 할 때 녹음을 맡는다.


-올해 주요 활동 계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인들이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뮤직비디오 등을 많이 본다. K팝 아이돌그룹인 뉴이스트·몬스타엑스 등과 함께 올 초 한국어를 알리는 영상을 공개해 호응이 컸다. 이런 식으로 한글과 한국어 보급 운동을 펼치려고 한다. 해외 독립운동 유적지에서 한글 간판과 한국어 안내서 보급을 늘릴 계획인데 중국은 물론 일본·미국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이에 앞서 중국에 있는 임시정부청사, 윤봉길기념관, 김구 선생 피난처 등 26곳에 한글 간판과 한국어 안내서를 기증했다. 윤봉길기념관에는 대형 부조 작품도 기증했다.


-서 교수를 거론하면 ‘독도’가 먼저 떠오르는데 일본의 역사 왜곡과 조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2007년 일본의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에 항의해 워싱턴포스트에 광고를 내자 일본이 전면 광고로 반박했으나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위안부를 일본 정부가 저지른 공식 범죄로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 독도에서 ‘초대형 드론쇼’ 행사를 갖고 독도가 역사·지리·국제법상 우리 땅이라는 것을 알리겠다. 당장은 7월 말~8월 초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허용된 욱일기 응원을 저지하는 활동을 하려고 한다.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에 일본군위안부와 욱일기 문제에 관해 영어·한국어·중국어·스페인어로 띄웠더니 100만 회가량의 조회 수가 나왔다. 우리 학생들에게 중국과 일본의 역사·문화 왜곡에 대해 잘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다른 나라가 절대 우리의 역사·문화를 지켜주지 않는다.



He is...



1974년 서울 출생으로 성남고를 졸업해 성균관대 조경학과를 다닐 때 ‘대한민국 홍보연합 동아리’를 만들었다. 고려대에서 환경홍보 석사 학위를 받고 환경생태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성신여대 객원교수를 거쳐 조교수로서 국가 브랜드, 역사·문화도시, 사회 공헌, 환경 홍보 분야 활동을 하고 있다. 해외 유력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독도와 동해·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거짓 주장을 반박했다. 최근 중국의 역사·문화 공정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으며 한류 스타들과 함께 우리 문화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있다. 독립기념관 독도학교 초대 교장, 세종학당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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