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은 거대한 몸집이 약점으로 작용한 공룡처럼 필멸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쇄신 방안과 필요성에 대해 거침없는 표현을 토해냈다. 이 의원은 당이 쇄신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성과 쇄신이 레토릭처럼 반복되니 가짜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며 “누가 당 대표를 맡든 천지개벽의 변화와 쇄신을 일으키지 않으면 내년 대선 역시 필패”라고 지적했다. 4·7 재보궐선거의 참패가 차별성 없는 인물과 ‘맹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인 만큼 이를 바로잡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같은 당 의원들 맹종의 원인으로 당의 수구화를 꼽았다. 이 의원은 “당내에 이견이 허용되지 않고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성역화돼 있다”며 “강한 의견이 과잉 대표되다 보니 민심과 동떨어진 당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전신인 17대 국회의 열린우리당 시절이 위기라고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취약한 상태”라며 “실험 정신과 차별화로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았던 당시와 달리 지금 민주당은 침체돼 있고 의원 개개인은 몸을 사리며 말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굉장히 수구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사례로 들었다. 180명(현재 174석)의 의원들이 있지만 보수화 이상으로 수구화돼 움직이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자기 보신에만 익숙해져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며 이견을 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 의원은 “조국·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은 결국 대응의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우리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자세, 성역화하고 옹호하는 행태가 문제였다”며 “민주당의 대응과 시각이 국민 시각과 동떨어지면서 ‘정부와 민주당이 말로는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그렇지 않네’라고 국민들이 여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LH 사태가 현 정부가 벌인 일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사태가 벌어졌으면 대응 처리를 해야 하는데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는 등의 ‘형식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니 국민들은 분노하고 당정이 한가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고 보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쇄신의 구체화는 결국 민생 해결”이라며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하는 검찰·언론 개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처절한 국민의 삶을 개선할 정책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백신을 구하지 못하면 국제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백신 여권이 이미 통용되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를 당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다 대표된 180석만 믿고 특정 이슈에 갇혀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게 힘자랑만 하던 공룡과 다를 게 없다”며 “흑이 백이 되고 백이 흑이 되는 환골탈태 없이는 멸종된 공룡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