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일수가 줄면서 학교 폭력이 감소했지만 사이버 폭력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 예방·치료를 위한 NGO 푸른나무재단은 20일 이같은 연구결과를 밝히면서 "학교폭력은 발생 즉시 현장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재학생(초등학교 2학년~고등학교 2학년) 6,2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학교폭력 피해는 6.7%로 지난해보다 4.5%포인트 줄었으나, 사이버폭력 피해는 16.3%로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응답자들이 경험한 폭력 유형은 언어폭력(32.1%), 사이버 명예훼손, 사이버 따돌림 순이었다. 이는 직접적 폭력이 아닌 관계적 공격에 해당한다. 실제로 사이버 폭력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틱톡, 에스크 등 메신저·SNS에서 이뤄졌고, 응답자들 중 41.1%는 '익명성'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선영 전문연구원은 "학생들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에는 익명성이 큰 영향을 주고 사이버 폭력에는 관계적 공격이 깊이 관여한다"며 "사이버 폭력 피해자를 위한 신고나 삭제기능, 보호 등을 실시할 때 익명성과 관계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체는 최근 유명인들에 대한 '학폭미투', 학교폭력 재연 현상을 두고 재학 중 학교가 주도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재학기간 중 학교폭력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피해자는 17.3%, 가해자는 7.6%가 응답했다. 단체는 "학교폭력 경험에 대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 화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현장에서 관계회복과 분쟁조정을 위한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친사회적 역량 가르치기 △학생들을 학교폭력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방어자(학교폭력 어른에게 알리고 피해자 돕는 학생)'로 기르기 △다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응 시스템 강화를 조언했다.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가해자에게 어떤 처분을 내릴지에 관심을 가지는데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를 회복시키는 일"이라며 "피해자에게 관심을 갖고 피해자에게 생긴 수치심, 무너진 자존심을 살리는 방식으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