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기후센터] 지구의 날과 기후행동의 시급성

[기고]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


올해 4월 22일은 51번째를 맞은 ‘지구의 날’이다. 1970년 4월 22일 2,000만 명의 미국인들이 거리와 공원 등에 모여 기름유출과 대기오염 등 인간의 환경오염 행위를 규탄하고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새로운 길의 모색을 요구한 날이다.


산업혁명 이후 개인의 대량소비와 산업·경제 활동 증가로 화석에너지 사용이 늘면서 지구의 자정능력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대기에 배출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짙어졌고 지표면에서 반사된 태양복사의 일부인 적외선(열선)을 더 많이 흡수해 대기·지면으로 방출함으로써 지구가 데워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991년에서 2020년 사이의 전국 평균기온이 1981년과 2010년 사이의 평균기온보다 0.3도 올랐고 1980년대보다 2010년대가 0.9도 상승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의 추세가 한반도에서 뚜렷했다. 정부의 2019년 이상기후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꾸준히 높아졌다. 폭염일수(33도 이상)도 2000년대에 평균 10회에서 평균 15회 이상으로 2010년대에 증가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6년이 1880년 이후 가장 따뜻한 상위 6년을 기록했다.


2020년에도 지구온난화에 의한 이상기후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컸다. 2020년의 북극기온이 1881년 이후 가장 높게 기록됐다. 이상고온과 가뭄에 의한 미국 서부지역의 산불 발생과 6월과 8월의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의 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났다. 2020년 북대서양에서 30개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해 최다 기록인 2005년의 28개를 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8월과 9월 사이에 연속 발생한 태풍 4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줘 큰 피해가 났다.


지구의 날을 통해 지구가 인간에게 갖는 의미와 환경 보호에 필요한 우리의 행동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구환경 시스템이 생태 친화적으로 향후 잘 작동할지에 따라 인류의 밝은 미래와 건전한 생명유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인간의 건강·보건이 악영향을 받을 정도로 지구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기후위기에 현재 직면해있다.


대기에 배출하는 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기후행동에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의 수립을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 ‘0’을 2050년까지 달성하고자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 정부 차원의 기후행동을 이행한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로 인간의 산업·경제 활동이 감소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배출이 줄어 지구촌의 공기가 한동안 맑아지는 ‘코로나 역설’이 나타났다. 하지만 배출량이 준 이산화탄소는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에 급격히 쌓여왔던 기존의 이산화탄소에 더해져 지구상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기여함으로써 지구온난화는 지속됐다.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도시락 등의 온라인 주문이 늘어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에 의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개인은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해 90% 이상이 생산되는 플라스틱 이용을 줄여야 한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한다. 플라스틱의 재활용에도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플라스틱 제품을 덜 사용한다면 환경오염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과 동시에 이상기후로 당장 눈앞에 닥칠 수 있는 재해위험을 예방·대비해야 한다. 정부·기후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위험의 심각성과 이에 대처할 시급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이상기후 대비체계의 구축을 앞당기는 데 힘써야 한다. 또 이상기후로 인해 각종 위험·피해를 사전에 예방·대비할 수 있게 이상기후에 대한 기후예측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APEC기후센터도 국내외 기관의 전문가들과 함께 기후예측 분야의 연구 결과 및 최신 기술을 공유·논의해 기후예측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또 이상기후에 대한 감시·분석 수행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태지역의 인적·물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올해 지구의 날을 맞아 환경오염·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기후행동의 시급성을 우리 사회가 재인식했으면 한다. 저탄소 생활을 위한 실현 가능한 정책을 도출·합의해 기후행동을 하는데 남은 시간이 없다. 지금 가만히 있으면 지구의 환경이 비가역적으로 악화해 인류가 지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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