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마이웨이' 日, 韓 항의방문·조사참여 수용 속내는

IAEA 검증은 사실상 요식행위
일본 결정에 힘만 실어주는 꼴
주변국과 소통 명분쌓기 분석

지난 14일 수협중앙회 등 수산 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한 후 국내 수산 업계의 항의 방문을 수용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에 참여하려는 정부 방침에도 동의해 그 속내가 주목된다. 수산 업계와 환경 단체들은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강행하기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보고 국제법적 대응 등 실질적 조치를 촉구했다.


수협중앙회와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국내 수산 단체들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을 찾아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규탄하고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대사관 측은 이례적으로 수산 업계 관계자들을 건물 내로 받아들이고 약 20분간 면담을 하며 항의 성명도 받아들여 현장 관계자들이 적잖이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은 우리 정부가 IAEA의 다국적 조사단에 전문가 참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수용하는 모습이다.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는 19일 한국 전문가의 IAEA 조사단 참여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산 업계는 일본 정부가 겉으로는 우리 측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강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한국과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외적 명분만 쌓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주한 일본 대사관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자료들을 열거·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자료들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해양수산부가 계속 문제를 제기해온 런던협약·의정서 회의에서도 “여기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대응을 피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의 IAEA 조사단 참여도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는 데 별다른 영향은 주지 못하면서 일본 측 입장만 강화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IAEA는 “기술적 관점에서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바 있다.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의 장마리 활동가는 “IAEA 검증 자체가 요식 행위여서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 1명이 오염수 방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본의 방류 결정 철회를 최우선 목표로 정했지만 국제기구에서 공론화하거나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으로는 일본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장 활동가는 “국제해양법 위반에 따른 국제해양법 재판소 제소 등 법적 조치를 한국 정부가 취하는 동시에 법적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일본의 위선적 행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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