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품었습니다. 제가 눈이 아프다고 포기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을까요?"
1급 시각장애인인 김동현(39·변호사시험 4회·사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 판사는 지난 20일 경기교육청의 '꿈의 대학' 화상 강의에서 고교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판사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2년 5월 의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으나 김 판사는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앞이 보이지 않아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시각장애인 판사도, 변호사도 있었다. 그분들이 해냈기에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다. 책을 음성 파일로 변환해 귀로 들으며 공부를 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예 파일을 구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김 판사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공부를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다"며 "필요한 서적을 구하게 되면 어렵게 얻은 책이니만큼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판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위의 도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매일 차로 통학을 도왔고 학우들은 수업을 오가거나 식사를 할 때 도움을 줬다. 결국 2015년 무사히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에도 합격했다. 이후 서울고법 재판연구원,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변호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신임 법관에 임용됐고 김 판사는 올해 3월 수원지법 판사로 첫 부임을 했다.
김 판사는 강의를 마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자리에서 방법을 찾고 그 방법을 잘 밀고나가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언젠가는 기회를 잡아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