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1일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에 비유한 데 대해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정 장관은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의 언어 사용이 개탄스럽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거친 언어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화 조건을 제시하며 협상을 재개하자는 절실함이 묻어있는 걸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측 인사들을 대면한 자리에서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고약한 단어를 꼭 꼬집어 사용하느냐”고 지적한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한 문제를 오래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 우리가 정말 참기 어려운 표현들도 있다”면서도 “북측의 도발적 언어 사용에 대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간파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게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몰상식한 언어 사용에 대해 충분히 불쾌하게 생각할 수 있다”며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내해가며 그들을 계속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더 강한 언어로 비판하면 우리 속은 시원하겠지만, 그다음은 어디로 가겠느냐”며 “저런 언어를 사용하는 배경이 뭘까. 자기들이 정말 강하다고 생각하면 저런 표현을 진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안을 생각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연설을 거론하며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는 분계선 너머 남녘땅에서 울려 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에 접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남조선 집권자’가 사람들 앞에 나서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에 대해 뭐라고 할 때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 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줘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