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토지거래허가 카드, '집값·재건축 활성화' 두 토끼 잡을까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카드 꺼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도 토지거래허가제
市 "투기수요 차단으로 주택공급 뒷받침" 나서
文 만난 吳 '여의도 시범' 콕 찍어 규제완화 강조
"토지거래허가 풍선효과 우려" "가격 안정" 갈려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 4개 구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21일 밝혔다. 공공 주도 공급을 내세운 중앙정부와 정반대로 오세훈 시장이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강조한 것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며 투기 수요 유입 우려까지 제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오 시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집값 안정’과 ‘재건축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신규 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서울시는 이날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대상 구역은 압구정 아파트지구(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사업지구(14개 단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 총 4.57㎢다. 구역 지정은 오는 27일 발효되며 지정 기간은 1년이다.
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4개 지역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구역으로 투기 수요 유입과 거래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이들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조합 설립 전 추진위 단계를 포함해 사업 단계와 관계없이 모두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규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동에서는 상업지역을 제외했다.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준 토지 면적을 ‘주거지역 18㎡, 상업지역 20㎡ 초과’로 하향해 보다 강력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법령상 기준 면적(주거지역 180㎡, 상업지역 200㎡)의 10% 수준이다. ‘투기 억제’라는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의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처방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이로써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앞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에 더해 모두 50.27㎢로 확대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오세훈, “안전진단 문제 풀어달라” 재건축 활성화 의지 강조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대통령께서 재건축이 절박한 현장, 대표적으로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특정해서 꼭 한 번 직접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이날 서울시가 신규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해 있다. 오 시장은 오찬 후 브리핑을 열고 “중앙정부는 재건축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수단으로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강화를 활용했다”며 “국토교통부가 안전 진단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씀도 드렸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건축 완화 기대감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은 방지하면서 재건축 규제는 풀어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도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서울시의 주택 정책이 집값 안정과 재건축 활성화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국장은 “투기 신호 단계에서 바로잡지 못하면 어떤 부동산 대책도 사후약방문이 될 수 있다”며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주택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또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개정’ 개선안 국토부 건의 등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사전조치 또한 진행 중”이라며 “실거주 목적 거래 등 실수요자에는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바로 자체 추진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들의 지구 단위 계획 결정 고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된 정비 계획 등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오 시장 요청에 화답할까…토지거래허가 실효성 의문


정부는 최근 서울시 주요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에 우려를 표했던 만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건축 안전 진단 기준 완화 등 규제를 푸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 시장에게 재건축이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단지들은 거주환경이 열악한 만큼 실거주 요건 때문에 매수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량이 줄어든 채로 가격은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조치 역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국토부는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및 영동대로 지하화 등 호재를 업고 강남 일대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지난해 6월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일대와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인근 지역 집값이 뛰면서 오히려 풍선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천동 ‘파크리오’는 지난해 6월 최고 19억 원에 거래됐지만 한달 후 20억 6,000만 원까지 오르며 1억 6,000만 원가량 뛰었다. 해당 단지는 행정 동으로는 잠실동에 위치하지만 법정 동으로는 신천동이어서 토지거래허가 규제를 피해갔다. 역시 대치동 인근의 도곡동 ‘렉슬’ 전용 84.99㎡ 또한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전 최고 24억 9,000만 원까지 거래됐지만 이후 2달 만에 28억 5,000만 원까지 상승했다.


이번 서울시가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또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우려다. 이번 규제를 피해간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를 비롯한 강북권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구역, 그리고 경기권 정비 사업장 등이 대표적인 풍선 효과 후보지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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