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는 그래픽 카드 값에… 클라우드 게임에 눈 돌리는 게이머

매달 20%이상씩 오르는 그래픽 카드 대란에
접속 기기 사양, 종류 등 상관 없이 즐길 수 있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개화 빨라질 것으로 분석
특히 네트워크 품질 개선으로 지연 문제 줄어


게임 ‘포트나이트’ 이용자 이모(35)씨는 지난 달 그래픽 카드(GPU)를 교체하려다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 지난해 60만 원 가량이었던 엔비디아의 RTX 3070이 160만 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하려고 해도 물건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차에 클라우드 플랫폼 ‘지포스 나우’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클라우드 게임으로 갈아탔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고 가상화폐 채굴 열풍으로 인한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PC의 성능을 좌우하는 그래픽 카드 칩셋(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이에 등골이 휜 게임 이용자들이 기기의 성능이 낮아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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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그래픽 카드 칩셋 가격이 매달 평균 20%이상 상승하며 게임 이용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용량이 큰 대규모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을 끊김 없이 즐기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필요한데 가격이 상한선 없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칩셋 공급사인 엔비디아의 RTX3080의 경우 지난 2월에만 해도 155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한 달만인 지난 달 둘째주에는 220만 원으로 41%가 뛰었다. RTX3090은 같은 기간 252만 원에서 300만 원대로 올라갔다.


문제는 이 같은 돈 주고도 GPU를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채굴 열풍으로 대규모 GPU 사재기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인 라이엇 블록체인은 이달 초 채굴기 4만 2,00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다나와 관계자는 “암호화폐 채굴 열풍으로 최근 그래픽카드의 수요·공급에 불균형이 커졌다”며 “고사양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 힘들다보니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등락폭이 적은 GTX 1660 등 이전 시리즈 칩셋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사양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 힘들어진 유저들은 발 빠르게 클라우드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플랫폼 자체에서 PC게임을 이용할 수 있어 기기의 사양이나 종류에 상관 없이 고사양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다. 게임 서버만 마련해 두면 시간·장소·기기에 상관없이 게임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몇 시간씩 걸리는 게임 다운로드나 수시로 진행하는 업데이트 등을 사용자가 직접 하지 않아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실제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뉴주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올해 14억 달러(1조5,634억 원), 오는 2023년 51억4,000만 달러(5조7,413억 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픽 카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부담에 클라우드 게임으로 넘어오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클라우드 게임의 지연(Latency)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그 흐름이 더 빨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지포스 나우’ /사진 제공=LG유플러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032640)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PC게임들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통신사 상관 없이 모든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방했다. SK텔레콤(017670)이 내놓은 ‘5GX 클라우드 게임’은 콘솔 게임 강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통해 엑스박스(Xbox) 콘솔게임들을 특화해 제공하고 있다. ‘포르자 호라이즌4’, ‘검은사막’ 등 100종의 인기 게임들을 포함하고 있다. KT(030200)는 콘솔급 게임을 일정 금액에 즐길 수 있는 '5G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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