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2021∼2030년)과 관련해 벌써부터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정치적 포석’이 깔린 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계획안을 바탕으로 주요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고 평가받는 충청권을 비롯해 부산·대구·경북 지역의 광역철도 신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을 김포~부천 구간에만 건설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GTX가 ‘집값 급등 열차’가 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KOTI) 등에 따르면 정부는 GTX-D 노선을 김포와 부천 구간만 연결하기로 했다.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장한 D 노선의 강남 연결은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현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집값 안정을 위해 D 노선 강남 연결 방안이 제외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통계를 보면 지난 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상위 10곳 중 9곳이 GTX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이다. 해당 기간 아파트값이 13.73% 오르며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경기 의왕의 경우 지자체가 C 노선 유치를 추진 중이다. 아파트값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안상 상록은 C 노선 정차설이 꾸준히 제기되며 집값 상승률이 11.25%에 달한다. 아파트값 상승률 3위를 기록한 고양시 덕양은 A 노선 정차 등의 호재로 올해 집값이 10.77% 상승했으며 B 노선이 정차하는 인천 연수는 10.54%의 집값 상승률로 4위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집값 상승률 10위 내에 든 지역 가운데 경기 시흥(9.42%)을 제외하고는 모두 GTX 관련 지역이다. 정부가 D 노선을 강남까지 연결할 경우 가뜩이나 높은 강남 집값에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노선 합리화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D 노선의 경우 Y자 형태로 노선을 계획하면 공항철도와 수요가 중복되는 데다 해당 노선을 강남까지 연장하면 9호선과도 노선이 중첩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포 장기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김포와 하남을 버렸다. GTX인 줄 알았더니 김부선(김포~부천)이다”라며 반발했다. 여기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박상혁 의원과 정하영 김포시장도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다시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D 노선이 김포~부천 구간에 그친 만큼 정부의 바람대로 인근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이번 D 노선 발표는 정부가 GTX가 집값을 오히려 끌어올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 집값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좌우하는데 그게 떨어지면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도 “새 교통망이 들어오는 만큼 김포 집값이 상승세를 타기는 하겠지만 강남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충청권 광역철도망은 표를 의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 반석~세종청사~조치원 구간이 신설되며 조치원~청주공항 구간은 기존 충북선인 조치원~오송 구간을 복선화하는 방식으로 광역철도 계획이 추진된다.
세종과 대전 등 충청권 4개 지자체는 충청 지역 생활 경제권 통합을 위해 광역철도 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달 7일 재보궐선거에서 충북도의원 및 충남 기초자치단체 군의원 모두 국민의힘 후보에게 의석이 돌아갈 정도로 해당 지역에서 현 여권 관련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당근’을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대구 지역에서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대구~경북 광역철도 등이 신설된다. 현 여권은 부산시장 자리 또한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측에 내준 상황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광주~나주 광역철도 신설이 이번 안에 포함된 반면 광주~대구를 연결하는 달빛내륙철도는 무산됐다. 이 외에도 기존 선로를 개량해 고속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라선(익산~여수), 동해선(삼척~강릉) 고속화, 인천공항철도 GTX급 급행화 방안 등이 이번 계획안에 담겼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