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수급 상황과 접종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 여름 정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치흠(사진) 계명대 동산병원장은 22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 면역의 완성을 통해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절반 정도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원장은 앞서 지난 13일 보건복지부가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신속하게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갖춰 지역거점병원을 운영함으로써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백신의 안정성 논란, 수급 불안 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건당국이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원장은 “질병관리청이 지속적인 백신 확보 노력을 통해 코로나19 해결점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백신 확보에 차질이 없기를 바라며 특히 국민 모두가 백신 접종에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원장은 대구에서 코로나 1차 대유행이 벌어졌던 지난해와 비교할 때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달라진 점으로 “장기전으로 전환된 점”을 꼽았다. 그는 “장기전 추세로 전환된만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결국 해답은 백신이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수도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 및 영업시간 제한 강화는 이제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너무 오랜 기간의 제한으로 모든 국민이 지쳐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율 관리와 이를 위한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바로 대구”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은 여러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며 “하나의 컨트롤 타워가 집중적인 방역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에게 작년 2월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확산할 당시 병원 전체를 동일집단(코호트) 격리하는 결정을 내린 계기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2020년 2월의 대구는 하루 확진자가 500명씩 쏟아질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습니다. 2019년 계명대 동산병원을 대구 중구에서 달서구로 이전 개원하면서 100여개 병상의 여유가 있었지만 여유 병상을 다 내어 놓아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병원이 원래 있었던 대구 중구에는 2차 종합병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개원해 운영하던 중이었습니다. 기존에 1,000병상 규모로 운영하다 200병상 규모로 축소 운영하던 중이라 병상의 여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대구동산병원 전체를 코호트 격리시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조 원장의 결정이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환자와 의료진, 대학 측의 반대는 없었는지를 묻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입원해 있던 일반 환자 137명을 일일이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원 동의를 구했고, 계명대 동산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거나 퇴원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불과 6시간 만에 전원을 마치고 병원을 통째로 비울 수 있었습니다. 의료원장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해야한다고 결정했고, 계명대 총장 역시 대구동산병원이 해야 할 사회적 책무라며 빠른 결단을 내렸습니다. 물론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낀 내부 구성원도 일부 있었지만 자원하는 직원만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하겠다는 기준을 세웠고 숙련된 의료인력들을 대구동산병원에 우선 파견했습니다.”
그는 당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의료 자원의 부족을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라 의료 장비나 방호복 등 모든 자원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산소 공급 장비가 부족해 의료진들은 2시간씩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또 3일치 분량의 방호복 밖에 남지 않아 전전긍긍했던 기억도 납니다. 더군다나 식당, 환경정리 직원 등이 감염의 우려로 병원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조 원장은 대구에서의 대유행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힘은 의료진의 헌신과 대구 시민의 시민 정신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위기상황에서 의료진들에게는 24시간도 모자랐습니다. 퇴근 후에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달려가야 했기에 24시간 대기상태였습니다. 지쳐있는 의료진들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계속 전해졌고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격려해 새 힘이 생기고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을 비롯해 시민들의 노력은 헌신적이었습니다. 특히 외부에서 400여명의 의사·간호사 등이 코로나19 전사를 자처하며 와준 것도 큰 힘이 됐습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