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비 50% 세액공제하자"...더 센 반도체법안 내놓은 野

추경호, 조세특례법 개정안 발의
與, 지원 방안보다 10%P 높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와 공급망 회복에 관한 CEO 회의’에서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며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2일 국내 기업이 반도체 시설과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면 최대 5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반도체투자지원법’을 발의했다. 또 법인세 최저한세율 등으로 투자 비용의 50%를 모두 공제받지 못할 경우 최대 10년간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미국 의회가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별위원회가 예고한 40%의 세액공제 혜택보다 10%포인트 높은 파격적인 지원안을 제시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내 기업이 반도체와 관련해 공장을 건설하거나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R&D를 진행하면 법인세의 50%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민주당이 발족한 ‘반도체기술패권경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인 방안(세액공제 40%)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법안에는 현재 주요20개국(G20)이 논의하고 있는 법인세 최저한세율 등으로 인해 한 해에 세액공제(50%)를 모두 받지 못할 경우 최대 10년간 나눠서 공제받을 수 있는 혜택도 명시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별도로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규제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법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추 의원은 “최근 들어 반도체 관련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빨라지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발달로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것은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이른바 ‘쩐(돈)의 전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80억 달러(약 31조 원), 경쟁사인 대만의 TSMC은 275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자한다. 이 와중에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40%를 세액공제해주는 ‘칩스 포 아메리카 법안’까지 내놓았다. 여기에 중국도 15년 이상 사업한 반도체 기업이 최첨단 공정에 투자하면 법인세를 10년간 면제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R&D 비용의 25%(대기업 최대 2%), 집중 지원이 필요한 신성장, 원천 기술 R&D는 최대 40%(대기업 30%)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더욱이 시설투자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의 경우 세액공제율이 1%에 불과하다. 여기에 직전 3년 평균 투자 금액보다 투자가 증가하면 3%를 추가 공제해주는 정도다. 이에 따라 해외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과의 막대한 법인세 차이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세제 혜택을 위해 미국이나 중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마저 붕괴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추 의원은 “적어도 경쟁국보다는 더 높은 세제 혜택을 줘 기업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호재 기자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