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문을 닫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찾아 발전원의 가치를 한 번쯤 되새겼으면 합니다.”
산업화 시대에 싼값으로 필요한 전기를 아낌없이 내주던 석탄발전소의 입지는 전만 못하다.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요구에 따라 국내에서도 사회적 비용을 강화하면서 설 자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석탄 발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석탄 발전의 퇴출 시기는 한발 더 앞당겨졌다. ‘더러운 에너지’라고 손가락질 받으며 마지막을 준비하는 신세. “대통령이 폐쇄 현장을 찾아 석탄 발전에 대한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다”는 한 전력산업 전문가의 말은 그래서 다소 낯설게 들렸다.
산업화의 숨은 주역이 퇴장하는 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은 것은 아닌 듯했다. 그는 석탄 발전을 ‘기후 악당’으로 지목하며 당장 없애야 할 대상으로 모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저 전원인 원자력발전은 없애면서도 출력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를 늘려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 혹시나 있을지 모를 ‘블랙 아웃’ 사태를 막을 최후 보루로써 석탄 발전의 역할은 아직 남았다는 것이다.
‘예의를 갖춰달라’는 말은 발전원을 향한 색안경을 벗어달라는 바람이다. 발전원마다 장단이 있는 만큼 각각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균형 있는 발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현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시작부터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를 구분해놓은 듯 원전을 시작으로 이제는 석탄 발전까지 하루빨리 없애야 할 전원으로 몰고 있다.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인한 불안정한 전력 수급, 전기료 인상 등 복잡한 문제는 외면한 채로 말이다.
여당과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탈석탄·탈원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진 사이 현장에선 터져나올 문제를 막기 급급하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석탄 발전에 대한 예의를 갖춰달라는 주문에는 이들의 절박함이 담겨 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