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김웅, 당권 도전 첫 자리서 "경륜은 도전을 상쇄 못해"

22일 국힘 전·현직 의원 모임서 당권 레이스 시작
김웅 "늘 변화 말한다는 건 변화 안 됐다는 의미"
"과거 결정권자들은 익숙함에 젖어서 도전 안 해"
"한번 정해진 공천은 누구도 바꾸지 못하게 해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경험과 경륜은 더이상 새로운 도전을 상쇄할만한 가치가 아닙니다”


“저는 당대표 되면 돈부터 구해서 정책 만들고 싶은 사람들 후원해 줄 겁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김웅 의원은 22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 십수명이 모인 자리에서 “변화해야 이긴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자신보다 20살 많은 정치 선배들을 의식했는지 평소 즐겨 입던 베이지색 자켓이 아닌 검정색 자켓에 넥타이까지 매고 나타났다. 하지만 막상 그의 입에선 정치 원로들이 불편하게 느낄 말들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김무성 전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마포포럼’에서 '당대표로서 당의 개혁과 어떻게 하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강연했다. 아직 당대표 출마 선언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첫 행보다. 김 의원은 1시간 30분 가량 대학 강연을 하듯이 프레젠테이션(PPT)을 넘겨가며 자신이 구상한 당 변화 방안을 설명하고 포럼 회원들과 질의응답했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인 자신이야말로 변화를 만들 적임자라고 자처했다. 김 의원은 “당에서 늘 변화하자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변화가 안 됐다는 의미”라며 “조직이 변화를 못하는 이유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 얽매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대가 (국민의힘 지지세로) 변할 것이라는 건 우리 당에서 4년 전에 이미 예측했다”며 “20대 남자들을 잡아야 한다며 수많은 기획안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진 건 단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의) 결정권자들이 과거(의) 익숙함에 젖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뒤쳐진 것”이라 강조했다.


김 의원은 ‘당대표를 맡기에 경험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 의원은 “(오히려)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세상을 보는 특정한 방식에 매몰된다”며 “기존의 방식과 지식을 가지고 더 이상 헤쳐나갈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당을 친구처럼 여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변화의 핵심이 ‘공천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청년 정당이 되겠다 혹은 따듯한 보수가 되겠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국 청년들이 직접 정치를 해야 한다”며 “청년들을 험지에 출마시키는 ‘자살공천’ 등은 가장 잘못된 정책”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호떡공천' 같은 걸 근본적으로 막아서 한번 정해진 공천은 대표든 최고위원이든 누구도 바꾸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자살공천은 지난해 4.15 총선 때 청년 후보들을 험지 위주로 공천해 줄줄이 낙선한 사례를, 호떡공천은 호떡을 뒤집듯 공천 결과를 여러번 뒤집은 사례를 일컫는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 의원의 강연이 신선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번 당대표는 내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리더십이 중요하다”며 “김 의원이 잘 되길 바라는데 이번에 필요한 리더십은 대통합과 야권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강연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권리 당원들의 지지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당 생활이 1년으로 짧은데 핵심 당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출마했다면 (오히려) 오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원들은 ‘변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장 절박하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분들이 오히려 제 말씀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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