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선방했다.”
22일 발표된 현대자동차의 1분기(1~3월)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저 효과가 컸고 신흥국 시장의 수요 회복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좋아진 측면도 작용했다. 그러나 2분기는 안갯속이다. 차량용 반도체 쇼크가 본격화하고 원자재 가격 부담이 더해지며 혹독한 시련이 예상된다는 게 경영진의 진단이다. 이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모델 확대, 브랜드 쇄신 등으로 재도약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1분기 선방했지만 2분기 장담 못해
이날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1.8% 증가한 1조 6,56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7조 3,909억 원, 1조 5,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175.4% 늘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포인트 상승한 6.0%를 기록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국내시장에서는 산업 수요 회복과 함께 투싼·GV70 등 신차 판매가 지난해 1분기보다 16.6% 늘었다. 해외시장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한 81만 4,868대였다. 인도·중남미 등 신흥 시장의 판매 회복세가 유럽 등 일부 선진 시장의 부진을 상쇄했다.
문제는 2분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면서 생산 손실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분기까지는 선제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며 생산 계획을 조정해 차질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미국 텍사스 한파와 일본 르네사스사 화재 등 외부 악재로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울산·아산 공장의 도미노 ‘셧다운’이 발생했다. 일부 공장에서는 부품 수급이 어려운 차종을 전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5월에도 4월과 비슷하거나 더 큰 폭의 생산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품목별 우선순위를 선정해서 대체 소자 개발을 구매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연간 발주를 통한 재고 확보, 생산 계획 조정 등으로 생산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 떨어진 중국 시장 반등 노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제조 부담을 늘리는 점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철강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기초 철강재인 열연강판 가격 인상이 석 달 연속 이어지고 있고 타이어의 주원료인 천연고무 가격도 이달 들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이상 급등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원료인 희토류 공급도 미중 갈등으로 불안한 상태다. 1분기에 효자 역할을 했던 인도·중남미 등 신흥국도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수요 지속 여부가 불투명하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중국에서 운영 중인 공장들의 가동률은 40%를 밑도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중국에서의 성적이 현대차와 기아 성장의 열쇠인 셈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기존과는 아예 다른 전략으로 올해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데는 중국 내수 브랜드들이 저가 모델을 내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린 것의 영향이 컸던 만큼 전동화 확대, 고급차 브랜드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아이오닉5와 EV6·G80 전기차 등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매년 전용 전기차 모델을 중국에 내놓는다. 그러면서 중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21개 내연기관 모델은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전기차를 비롯해 G80·GV80을 중심으로 중국 고급차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중국 판매 목표를 현대차 56만 2,000대, 기아 25만 5,000대 등 총 81만 7,000대로 지난해보다 23%가량 올려 잡았다.
/한동희·변수연 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