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계획대로 오는 7월 3기 신도시 등에 대한 아파트 사전청약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희 의구심이 적지 않다. 고 분양가에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량도 신혼부부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것도 단점이다. 한 전문가는 “사실 언제 입주할 지 아무도 모른다. 사전청약 수요자는 반드시 이 점을 명심하고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올해 사전청약은 3기 신도시 9,400가구를 비롯한 총 3만 200가구가 대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7월 4,400가구 △10월 9,100가구 △11월 4,000가구 △12월 1만 2,700가구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3만 200가구를 공급한다. 사전청약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될 문제점을 살펴본다.
<희망 고문…청약난민 고려해야>
정부가 발표한 사전 청약 물량을 보면 3기 신도시의 핵심 지역인 고양 창릉, 하남 교산 등은 모두 빠졌다. 당초 정부가 공급 후보지로 지목했던 경기 과천과 서울 노량진, 남태령 군부지 등도 제외됐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 협의 과정에서 조기 사전 청약 하기에 일정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토지 보상 절차가 순탄하지 않을 경우 전반적인 사업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3기 신도시 중 토지 보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하남 교산(56%)과 인천 계양(52%)조차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전 청약 전 대부분 보상이 완료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LH 상황과 관련해 (보상 절차를) 연기해달라는 지역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사전 청약을 받고도 본청약 일정이 지연돼 오도 가도 못하는 ‘청약 난민’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전 청약에 당첨돼도 실제 본청약까지는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본청약이 예정대로 1~2년 내에 진행되면 문제가 없지만 토지 보상 등에서 발목이 잡히면 전체 사업 일정도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어 전세를 전전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9~2010년 보금자리주택 추진 당시 사전 청약 후 본청약이 크게 지연되면서 상당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당첨자 1만 3,398명 중 실제 청약 계약을 맺은 이는 5,512명(41.1%)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2년 12월 사전 청약을 진행한 하남 감일지구(B1)의 경우 7년이 지난 2019년에야 본청약이 이뤄졌다.
<대다수 신혼부부용…일반 물량은 적을 듯>
정부는 이번 사전 청약에서 본청약과 자격을 기본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면서도 거주자 우선공급의 경우 현재 거주 중이면 거주 기간을 충족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상 자격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청약 경쟁도 제법 높을 것으로 보인다.
어울러 정부가 2030세대 수요에 지나치게 신경쓰다 보니 신혼희망타운 물량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공개한 사전 청약 물량 3만여 가구 중 1만 4,000가구를 신혼희망타운 물량으로 책정했다. 혼인 기간 7년 내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정이 대상이다.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젊은층의 수요를 감안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70%를 허용하는 전용 금융 상품도 마련했다.
신혼희망타운이 늘어난 만큼 일반 공급분이 줄면서 무주택 기간이 긴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역차별’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20~40대의 사전 청약 수요가 많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40대 이상은 일반 물량에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 시세의 70~80%…고 분양가 되나>
분양가 또한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입주가 언제 가능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데 분양가는 현 고점의 최대 80%까지 책정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사전 청약 분양 가격과 관련해 현재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이 이뤄진 탓에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할 경우 ‘고분양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수도권 신축 시세가 10억 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을 감안하면 입지에 따라 분양가가 10억 원 가까이 정해질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오는 7월 사전 청약을 시작하는 지역 중 가장 주목 받고 이는 위례지구가 속한 경기 하남의 경우 최근 신축급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가 15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입주한 위례롯데캐슬 전용 84㎡(10층)는 2월 1일 1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위례 주변 전용 84㎡는 13억~14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14억 원의 70% 수준이라고 단순 계산하면 9억 8,000만 원으로 10억 원대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 의왕에서는 2011년 입주한 포일숲속마을 4단지 전용 84㎡(7층)가 지난달 11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남양주 또한 다산·별내신도시를 중심으로 신축 전용 84㎡ 기준 10억 원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