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38)씨는 어렸을 때부터 눈의 흰자가 노란 것이 콤플렉스였다. 황달을 없애기 위해 여러 곳의 병원을 방문했고 간에 작용하는 약도 수차례 써봤지만 황달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씨는 최근 찾은 병원에서 다른 이유로 혈액 검사를 했다가 의사로부터 “길버트(질베르) 증후군이 의심되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얘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 길버트 증후군 환자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길버트 증후군은 용혈이나 구조적 또는 기능적인 간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만성적인 비결합형 빌리루빈이 증가하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간 기능에 이상이 없는 데도 황달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길버트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하는 황달은 다른 질환의 전조 증상도 아니다. 빌리루빈이 증가하는 원인은 간에서 빌리루빈 대사에 관여하는 UGT1A1이라는 효소의 감소다. 유전적인 부분도 일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명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길버트 증후군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건강 검진을 받거나 다른 증상으로 혈액 검사를 받은 뒤 ‘총빌리루빈 수치가 상승돼 있고, 황달이 있으니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인구의 약 7~8% 정도가 이 질환을 갖고 있을 정도로 길버트 증후군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며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증상은 눈의 흰자 등이 노란 빛을 띠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것이 없다. 정상인에 비해 조금 더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는 정도가 증상의 전부다. 확진은 혈액 검사를 통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희승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길버트 증후군 환자의 빌리루빈은 보통 정상에서 3㎎/dl 부근에서 유지가 된다. 다만 스트레스, 금식 등 다른 외부 인자가 있는 경우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상염색체 열성 패턴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길버트 증후군은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길버트 증후군은 보통 치료 없이 경과 관찰 가능하지만 환자에 따라서 종양·담석·용혈성 빈혈·간염·심질환 등 감별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