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차질에 대한 해법을 놓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검토 중인 정 전 총리는 러시아 백신에 대해 “구매할 필요는 아직은 없다”고 일축한 반면 민주당 대표 후보인 송 의원은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는 있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23일 정 전 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의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것을 구매할 필요는 아직은 없다”고 답변했다. 정 전 총리는 그 이유로 “ (백신) 7,900만 명분을 이미 계약했기 때문에 당장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작정 계약을 해놓았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게 남는다면 누구 책임인가”라고 반문했다. 인구의 70%인 3,500만 명에게 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계약한 물량이 필요량의 2배에 달하는 만큼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정 전 총리는 이어 “국민들은 ‘좀 남더라도 남아서 걱정하는 게 낫겠다’ 이런 말씀을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게 공짜입니까? 국민의 세금 아닙니까”라며 “누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어떤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의 결과가 재정 손실을 초래한다면 그건 정부가 책임져야 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정 전 총리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백신에 대해 검증을 진행해오고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 장관과 제가 같이 의논을 해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이 백신에 대해서도 우리가 미리미리 사전에 검증하고 정보를 수집하자고 해서 그렇게 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백신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해왔으나 당장 도입을 추진할 필요성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
그러나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 백신 도입 추진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중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이날 또 다른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안으로 러시아 스푸트니크도 검토해보자”며 “만약에 3상까지 완벽하게 입증이 되고 나면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의원 측은 지난 9일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를 만나 러시아 백신의 국내 도입 협조를 요청했으며 ‘한국 정부가 요청하면 협력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또 14일에는 러시아 의회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부의장과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상원외교위원장에게 백신과 관련된 포괄적 협력 요청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송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한·러 정부가 협상을 통해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식약처·복지부에서 검증 후 최종 승인이 되면 스푸트니크V 백신의 국내 도입이 가능하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 여론이 1년 2개월 만에 부정적으로 뒤집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49%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43%에 그쳤다. 갤럽 조사 기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역전한 것은 대구·경북 집단 감염 사태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 말(긍정 41%, 부정 51%)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부정적인 평가를 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백신 확보와 공급 문제(55%)’를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초기 대응 잘못(8%)’ ‘방역 확산, 억제 문제(6%)’ ‘거리 두기 정책 부적절(5%)’ 등의 순이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