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수사·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차기 검찰총장 후보 구도에 대형 변수로 등장했다. 수사심의위가 오는 29일 열리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전이나 후에 열릴지 또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에 따라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군의 면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23일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이 지검장과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을 하루 만에 받아들인 것이다. 조 직무대행은 “사안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소집을 결정했고, 개최 일시도 신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 관할 검사장이 수사심의위를 직접 신청할 경우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 시민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수사심의위 운영 규칙에 따라 개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패스트트랙’을 밟는 셈이다. 대검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서두르려는 것은 법무부 검찰총장 후보추천위가 오는 29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 친(親)정부 인사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 1순위인 이 지검장에 대한 수사심의위 개최 시기 및 판단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사심의위가 26~28일에 열려 기소 쪽으로 판단하면 이 지검장의 혐의는 중립적인 제3자에게도 인정돼 검찰의 기소 명분은 탄탄해진다. 임기 말에 들어선 현 정권이 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할 경우 이 지검장 후보 추천은 수월해진다. 검찰이 이 지검장을 검찰총장이 못 되도록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여론이 조성돼 오히려 차기 총장이 되는 데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사심의위가 후보추천위 이후에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부담은 청와대가 아니라 검찰로 쏠린다. 이 지검장이 후보로 지명된 후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검찰은 수사심의위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기소가 부담이다. 이제 기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항명이 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인사는 “이 지검장 기소는 검찰이 대통령을 겨냥하는 그림”이라며 “레임덕에 빠진 현 정권이 주춤했던 ‘검찰 개혁’ 카드를 다시 꺼내들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수사심의위 소집을 앞두고 법무부와 대검 사이에서 벌써부터 신경전이 오가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대검은 이날 이 지검장이 신청한 전문수사자문단은 소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소집한다. 소집하지 않는다는 건 거꾸로 말해 대검과 수사팀이 이 지검장 기소가 타당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돼선 안 된다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추천위 일정이 29일 잡힌 것과 일선에서 일어나는 일들은(수사심의위 소집) 상관성이 전혀 없다”면서도 “(차기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대통령 국정 철학을 언급한 것은 이 지검장을 총장으로 올리려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면 김오수(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 등의 낙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이나 조남관(24기) 검찰총장 직무대행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