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세부담 줄여준다...다주택자는 징벌적 중과

상한선 재산세 6억->9억, 종부세 9억->12억 검토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는 배제될 듯
당정, 내주부터 본격 논의. 5월 국회 처리 목표
與 내부 부동산 정책 후퇴론이 최대 걸림돌

22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다주택자에 보유세와 거래세를 중과하되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당정 간 추진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상한선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선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5월 중 세법 개정을 목표로 하면서 처리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소급 적용해 올해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여당 내부에서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을 기존 정책에 대한 수정·보완 차원을 넘어 후퇴라고 보는 인식도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경감 방안을 5월 중 확정, 국회 통과까지 마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1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장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낸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짚어보고 당정 간 협의하는 프로세스는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일은 종부세와 재산세의 과세 기준일이다. 조정대상 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 인상 시기도 6월 1일이다. 즉 6월 1일을 기준으로 올해 보유세가 확정되고 거래세도 변동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법 개정을 마치기 위해 논의를 서두르는 것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정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다양한 세제 감면안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다주택자와 단기 주택거래자 등 투기 의심 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추진했던 징벌적 수준의 보유세·거래세 개편안이 실수요자인 1주택자에게까지 상당한 세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세율은 현재 0.5∼2.7%에서 0.6∼3.0%로,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은 0.6∼3.2%에서 1.2∼6.0%로 높아진다. 6월 1일 이후 1년 미만 단기 보유한 주택을 매매할 경우 양도세율은 70%,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한 경우는 60% 세율이 적용된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를, 3주택 이상자에게는 30%포인트가 중과된다.




윤후덕(오른쪽)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가결된 후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기준선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 장기간 실거주한 사람에게 더 많은 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부세 기준선을 12억원으로 높일 경우 종부세 부과대상은 기존 3.7%에서 1.9%로 낮아지게 되고, 26만7,000 가구(공시가 9억~12억) 중 다주택자를 제외한 20만+알파가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현재 재산세의 경우 전년대비 세 부담 상한선을 공시가격 3억원 이하는 5%, 3억~6억원은 10%, 6억원 초과는 30%로 설정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는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씩 깎아주는데 이 기준선을 9억원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세 부담 상한선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과세 금액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세율 인하와 달리 기존 정책의 후퇴로 여겨지는 부분이 덜하다. 이미 공표한 공시가격을 손보기도 어렵다.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 증가분을 50% 이내로 하는 규정을 손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일례로 이 수준을 20~30%로 낮추면 실질적인 보유세 부담 경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더 많아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변수는 여당의 ‘집토끼’를 의식해 이런 정책 변화마저 기존 정책에 대한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기류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정부가 유지해 온 원칙이 있고, 세제를 지금처럼 설정한 것에도 이유가 있는데, 그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정부가 마치 용인하는 듯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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