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중저가 초음파 기기 정확도 높였죠"

■ IEEE-ISBI 국제 심포 1위 '한인 연구 드림팀' 인터뷰
"소외층 의료권 보장" 하버드·스탠포드·MIT 박사급 뭉쳐
AI가 초음파 영상 통해 산모 양수 깊이·태아 건강 진단
韓·美서 스타트업 준비…"값싸고 빠른 의료서비스 제공"

IEEE-ISBI 2021 초음파·인공지능 분야에서 우승한 한인 연구 드림팀이 비대면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류강현 스탠포드대 방사선과 박사, 최찬열 MIT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방수빈 MIT 기계공학과 박사 과정, 장익범 하버드 의대 MGH병원 방사선과 박사. /사진 제공=최찬열

“각자의 전문성을 모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해 ‘원 팀’으로 힘을 합쳤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개발한 초음파 인공지능(AI) 기술을 상용화해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더욱 값싸고 빠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25일 서울경제가 만난 최찬열씨에게서는 소외 계층의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열정이 읽혀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씨를 비롯해 스탠포드대 방사선과 류강현 박사, 하버드 의대 MGH병원 방사선과 장익범 박사, MIT의 방수빈 기계공학과 박사 과정으로 구성된 ‘한인 연구 드림팀’은 이달 영국 옥스포드대 바이오공학 센터가 주관한 IEEE-ISBI 2021 국제 심포지엄 초음파·인공지능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ISBI는 18회째 이어오고 있는 바이오이미징 분야 국제 심포지엄으로 지난해 우승한 뷰노는 올 2월 상장을 마무리하고 건실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박사 과정 연구 주제인 뇌 모방 인공지능 하드웨어 개발의 결과를 인정받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로부터 2021년 30세 이하 30인 과학 부문에 선정된 최씨는 팀 리더로서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한인 연구 드림팀은 지난 ISBI에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측정하는 AI 기술을 선보였다. 최씨는 “산모의 양수 깊이는 태아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로 양수과다증·과소증이 나타나면 태아에게 심각한 질병이 유발되거나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기존 양수 측정 방법은 사람의 손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뤄져 시간 소모가 심하고 오랜 기간 교육을 받은 특수 인력이 필요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개발한 AI 알고리즘은 초음파 영상을 통해 스스로 양수 깊이를 진단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한인 연구 드림팀이 개발한 AI 기술이 소외계층의 의료 환경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양질의 의료 인력을 수급하기 어려워지고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한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AI 기술이 상용화되면 인적·물적 의료 자원이 모두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오지의 환자 분들도 빠르고 정확하며 값싼 현장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가의 의료기기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한계를 지닌 필립스와,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의료 대기업의 AI 기술과 달리 한인 연구 드림팀이 개발한 초음파 AI 기술은 휴대용 초음파 기기 등 중저가의 의료영상 기기에도 도입할 수 있어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ISBI에서 1등을 수상한 한인 연구 드림팀은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5월 중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최씨는 “시드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과 한국 등지의 다양한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스타트업 프로그램인 ‘매스 챌린지’와 드롭박스, 도어대시 등에 투자했던 ‘피어 벤처캐피탈(VC),' 한국에서는 정주영 창업 경시대회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한인 연구 드림팀은 현재 연세대학교 치과대학과 함께 치주 질환 관련 AI 기술 개발, 하버드 의과대학과는 초음파 AI 기술 개발 관련 공동 연구도 논의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에 입사해 당장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었던 한인 연구 드림팀의 재원들이 의료 AI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씨는 “현 시점의 AI 기술은 의사들의 진단에 직접적인 효용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 효과적인 의료 AI 소프트웨어 제품을 납품해 의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들이 더 값싼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의료 서비스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하고 싶다"는 팀의 포부를 전했다.


/김동현 기자 dani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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