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을 노린 고진영(26)이 최종일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시즌 첫 우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캐나다의 간판 브룩 헨더슨(24)은 날카로운 아이언 샷과 감각적인 쇼트 게임으로 역전극을 연출해 통산 10승 고지에 올랐다.
25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윌셔C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에어 프리미어 LA 오픈(총 상금 150만 달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앞서 3일 동안 60대 타수를 기록했던 그였지만 이날은 아이언 샷이 흔들리면서 타수를 잃었다. 그린을 여섯 차례 놓쳤고, 퍼트 수도 31개까지 치솟았다. 그래도 공동 3위는 올 시즌 최고 성적이다. 고진영은 앞서 치른 네 차례 대회에서 4위-컷 탈락-4위-7위를 기록했다.
세계 6위 헨더슨은 4언더파를 보태 합계 16언더파로 2위 제시카 코르다(미국·15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22만 5,000달러(약 2억 5,000만 원). 16언더파는 이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2019년 6월 마이어 클래식 제패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한 헨더슨은 캐나다 남녀 선수 통틀어 최초로 미국 투어에서 개인 통산 10승 고지를 밟았다. 캐나다 선수 중 헨더슨 다음으로는 LPGA 투어에서는 1960~1980년대 활동했던 샌드라 포스트(73)가 8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조지 너드슨(1937~1989년)과 마이크 위어(51)가 8승을 거뒀다.
2015년 LPGA 투어에 합류한 헨더슨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회가 줄어든 지난해만 빼고 매년 1승 이상씩을 거두는 꾸준한 플레이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우승으로 지난주 롯데 챔피언십 3연패에 실패한 아쉬움도 말끔히 씻어냈다.
선두 코르다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10번 홀까지 타수를 유지해 이 홀까지 2타를 잃은 코르다와 2타를 줄인 헨더슨에 1타 앞선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8, 9번 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11번 홀(파4)과 티샷을 길게 친 12번 홀(파3)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게 아쉬웠다. 반면 4타 차 3위로 시작한 헨더슨은 11번과 1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헨더슨은 마지막 18번 홀(파3)에서 그린을 놓쳤지만 칩샷을 홀 가까이 붙이며 우승을 확정했다. 코르다는 1m 버디를 잡아 고진영을 제치고 1타 차 단독 2위로 마감했다.
헨더슨은 캐디인 언니 브리타니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고, 같은 조에서 경기를 한 고진영은 헨더슨에게 물을 뿌려 축하했다. 헨더슨은 “12번 홀 칩인 버디가 ‘빅 보너스’가 됐다”며 “다시 우승을 하고 자신감을 얻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유소연(30)이 12언더파 공동 5위, 이날 5타를 줄인 이정은(25)이 11언더파 7위에 올랐다. 박인비(33)는 6언더파 공동 15위로 마쳤다. LPGA 투어는 2주 동안 아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에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이, 5월 6일부터는 태국에서 혼다 타일랜드 대회가 열린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