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색 드러낸 일대일로·인권 탄압…'글로벌 동네북' 된 중국夢

[글로벌 Why-파열음 내는 中 외교]
신장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탄압에
'균형 외교' 고집 EU도 태도 바꿔
印과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 추진
일대일로 빌미 막대한 빚 떠넘겨
파키스탄·미얀마 반중정서 고조


중국 외교가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 전략을 펼쳤던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적극 협력했던 미얀마·파키스탄에서 반중(反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이 벌인 신장위구르족 탄압의 실상이 확인되고 중국의 팽창만 도모하는 일대일로의 본색이 드러나자 이들 국가가 중국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같은 비시장 경제에 맞서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방안을 (동맹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전 세계 여론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만 해도 일부 유럽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가령 EU의 균형 외교 전략은 화웨이 사태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영국과 프랑스·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EU 국가는 미국의 경고에도 화웨이의 5세대(5G) 장비 도입을 허가하기도 했다. 중국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 국가들은 이후 미국이 휘두르는 규제의 칼날이 자국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로 하나둘 화웨이 퇴출을 공식화했다. 자발적이기보다는 마지못해 반화웨이 대열에 동참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하지만 최근 EU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EU는 이미 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투자 협정 비준 논의를 중단했다. 다음 달 8일에는 EU·인도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맞서는 제3국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도 공개한다. 특히 프랑스는 “중국이 ‘백신 외교’로 세를 넓히는 것을 막기 위해 EU에 공급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의 5%를 저소득 국가에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유럽 내의 여론이 싸늘해지고 있다.


EU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결정적 계기로는 신장위구르족 탄압이 꼽힌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의 실상이 언론을 통해 잇따라 폭로되자 EU는 지난 3월 인권 탄압에 가담한 중국 관리와 기관을 제재했다. EU가 중국을 직접 제재한 것은 1989년 톈안먼사태 이후 32년 만이다. 당시 일한 규추크 유럽의회 의원은 “세계 무대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명백한 상황에서 우리(유럽)는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에이크 프레이먼 교수는 “인권이 최우선 가치인 유럽이 중국과 더 가까워지기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도 중국 외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빌미로 다른 나라에 막대한 빚을 떠안기는 것은 물론 세 확장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독일 싱크탱크인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의 대중 부채는 3,800억 달러(약 424조 원)에 달한다. 동유럽의 소국 몬테네그로의 대중 부채 비율은 8%에서 46%로 급증했다. 무슬림 국가 최초로 대만과 단교하고 일대일로에 적극 동참했던 파키스탄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는 중국 대사를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협력했던 미얀마에서도 반중 여론이 거세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사실상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묵인했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는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미얀마 국민들은 중국 공장에 불을 지르고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오성홍기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며 반발했다. 체제의 성격이 다른데다 이웃 국가에도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중국 권력의 속성상 앞으로 중국과 다른 나라 간의 갈등은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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