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감 설득이 1차 관건…안전성 높은 '노바백스' 타개책 될까

26일 노바백스 CEO 방한…허가절차 등 협의 예정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 추가 확보…백신 수급 숨통 터지나
"SK바이오사이언스 직접 생산+비교적 안전" 기대 모아져
5~6월께 글로벌 승인 기대…국내 도입 속도낼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오전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기업 영상 간담회’에서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대표이사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에르크 대표는 오는 26일 한국을 방문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국내 허가 상황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사진=청와대 제공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과 허가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당초 2분기 말부터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었던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노바백스 백신은 ‘합성항원’ 방식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안전한 백신으로 꼽히는 만큼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부작용 문제로 만연한 접종 기피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바백스는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서 96% 수준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95%)·모더나(94%)·AZ(62%)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영국발 변이에 대한 효과도 86%로 나타났다. 의료계와 업계 관계자 등이 노바백스 백신의 조속한 도입에 관심이 큰 이유다. 특히 노바백스 백신은 전통적 제조 방법인 합성항원 방식으로 제작돼 현재 AZ 백신 등에서 나타나는 혈전증 등의 부작용 우려가 비교적 낮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노바백스 백신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안전성 우려에 더해 수급 문제도 다소 해소된다.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지만 제조가 까다로운 ‘mRNA’ 백신과 달리 세포 배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 생산만 담당하는 AZ 백신과 달리 기술을 이전받아 직접 생산량 등을 조율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등 유연한 수급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노바백스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공급 불안, 수급 차질 우려 등을 고려해 노바백스 백신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하는 만큼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생산량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부족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상 2~8도로 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냉장 보관·유통이 손쉽다.




의료계와 업계에서는 전일(24일)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노바백스 백신 도입도 속도를 낼 경우 현재 불거지는 백신 물량 부족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는 24일 브리핑에서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을 추가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 2,000만 회분을 계약하고 올 2월 600만 회분을 더 확보했다. 이날 추가 확보분을 발표하면서 한국은 총 6,600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총 1억 9,200만 회분(9,900만 명분)으로 제약사별로는 화이자가 가장 많고 AZ 2,000만 회분, 얀센 600만 회분, 모더나 4,000만 회분, 노바백스 4,000만 회분이 도입 예정돼 있다. 또한 백신 공동 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2,000만 회분을 공급받는다.


정부에 따르면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5,200만 명)가 총 1.9번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현재까지 계약한 제약사가 공급 일정을 위반한 사례가 없는 만큼 일단 우려가 크던 수급 문제는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반기 1,200만 명 1차 접종 완료와 올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는 계약한 백신이 제때 국내에 도입되고 우선 접종 대상자들이 적기에 접종을 진행하는 게 관건이다.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아직 글로벌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다. 노바백스는 조만간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사용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6월께 사용 결정이 나올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의 글로벌 사용 승인 여부를 지켜보며 이를 토대로 국내 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백신 허가·심사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40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화이자 백신은 3월부터 매주 50만~100만 회분 규모로 순차적으로 주 1회 도입돼 175만 회가 국내에 들어왔다. 정부는 화이자 백신 공급이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이뤄진 만큼 추후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모더나 백신 사례처럼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정부는 2분기부터 모더나 백신을 도입하기로 예정했지만 모더나가 7월까지 미국에 2억 회분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국내 도입 일정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여기에 AZ 백신의 경우 혈전증 발생으로 30세 미만 연령에서 접종이 제한되면서 접종 속도에도 차질이 생겼다. 정부와 전문가가 “접종의 이득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지만 관련 사망 사례가 이어지는 만큼 우선 접종 대상자들이 선뜻 접종에 나서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26일부터 AZ로 접종이 시작되는 사회 필수 인력 17만 6,289명 중 접종 예약률은 56.4%에 불과하며 돌봄 종사자 및 항공 승무원 예약률도 절반 안팎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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