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가 오늘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생산과 도입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 의료계에서 가장 기대가 모아지는 노바백스 백신의 도입이 당겨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에르크 CEO와 실무진은 26일 오후 방한해 범정부 백신 도입 TF 관계자와 만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에르크 대표와 직접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노바백스 백신의 기술 이전 및 추가 생산을 포함한 국내 공급 방식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를 통해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을 확보하고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노바백스 백신이 여전히 해외에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도입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방한은 최근 노바백스 백신의 원부자재 공급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국내외 승인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바백스는 이르면 다음 달 미국과 영국에 코로나19 백신 사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비슷한 시기에 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보이며 당국은 해외 승인 결과 등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바백스는 임상 3상에서 96% 수준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화이자(95%)·모더나(94%)·AZ(62%)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영국발 변이에 대한 효과도 86%로 나타났다. 의료계와 업계 관계자 등이 노바백스 백신의 조속한 도입에 관심이 큰 이유다. 특히 노바백스 백신은 전통적 제조 방법인 합성항원 방식으로 제작돼 현재 AZ 백신 등에서 나타나는 혈전증 등의 부작용 우려가 비교적 낮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또한 노바백스 백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며 수급 문제도 다소 해소된다. 2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지만 제조가 까다로운 ‘mRNA’ 백신과 달리 세포 배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 공장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탁 생산만 담당하는 AZ 백신과 달리 기술을 이전받아 직접 생산량 등을 조율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등 유연한 수급 대응이 가능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노바백스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생산을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공급 불안, 수급 차질 우려 등을 고려해 노바백스 백신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여기에 영상 2~8도로 보관하면 되기 때문에 냉장 보관·유통이 손쉽다.
의료계와 업계에서는 전일(24일)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노바백스 백신 도입이 빨라지면 백신 물량 부족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4일 브리핑에서 화이자 백신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총 6,600만 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총 1억 9,200만 회분(9,900만 명분)으로 제약사별로는 화이자가 가장 많고 AZ 2,000만 회분, 얀센 600만 회분, 모더나 4,000만 회분, 노바백스 4,000만 회분이 도입 예정돼 있다. 또한 백신 공동 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2,000만 회분을 공급받는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5,200만 명)가 총 1.9번 접종할 수 있는 규모의 물량이다. 현재까지 계약한 제약사가 공급 일정을 위반한 사례가 없는 만큼 일단 우려가 크던 수급 문제는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글로벌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노바백스는 조만간 유럽의약품청(EMA)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사용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이르면 6월께 사용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의 글로벌 사용 승인 여부를 지켜보며 이를 토대로 국내 허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