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국정혼란에 브라질 대통령 탄핵요구 봇물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부실 대응과 현실 부정적인 행태, 실업자 증가와 물가 상승 등 경제지표 악화, 군 수뇌부 교체에 따른 국정 혼란 등으로 인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하원에 접수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지금까지 116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임기 전반부인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6건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50건에 달한다. 브라질에서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탄핵 요구서가 가장 많았던 것은 좌파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68건) 때이지만, 이는 2011년 1월 취임 이래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날 때까지 집계다.


이처럼 탄핵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은 탄핵 추진 여건이 되지 않는다거나 탄핵 요구서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압력이 계속 가중하고 여론이 탄핵 지지로 돌아서면 리라 의장이 마냥 버티기는 어려울 수 있다.


보우소나루 탄핵에 대해 여론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달 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회가 대통령 탄핵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찬성 46%, 반대 50%로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찬성 47%, 반대 50%였다.


정치권에서는 좌파 정당들이 주도하고 일부 우파 정치인들이 가세한 가운데 보우소나루 탄핵 추진 그룹이 결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몸담았던 우파 사회자유당의 조이시 하세우만 하원의원은 "헌정사상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탄핵 요구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따지기 위한 상원의 국정조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국정조사가 보우소나루 탄핵에 동력을 제공할지 관심이다. 상원은 27일 국정조사위 첫 회의를 열어 위원장단을 선출하고 국정조사 진행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위원은 모두 11명이며 4명은 여권, 7명은 야권으로 분류된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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