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B등급 기업이다. MSCI는 총 7개 등급으로 구분해 ESG 평가 등급을 매기는데 현대차는 이 가운데 가장 낮은 CCC등급 바로 위의 등급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기는 금융 정보 업체 레피니티브(옛 톰슨로이터) 기준으로는 74점이다. 이를 MSCI의 7개 등급으로 환산하면 현대차는 최상인 AAA등급 바로 아래인 AA등급에 해당한다. 현대차를 놓고 두 기관 간 ESG 등급이 4단계(B~AAA)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에 대한 주요 ESG 평가 기관의 등급을 분석한 결과 같은 기업이더라도 평가 기관에 따라 등급 차이가 최대 5단계(총 7등급 기준)까지 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경련은 MSCI와 레피니티브·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세 곳의 평가 등급을 비교했다. 각 기관의 평가 등급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전경련은 레피니티브와 KCGS의 등급 체계를 총 7개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는 MSCI 기준으로 맞췄다. 그 결과 현대차의 사례처럼 등급 격차가 생긴 것이다. 전경련은 “3개 기관이 모두 등급을 제공하는 55개 기업의 평균 등급 격차가 1.4단계였다”며 “3단계 이상 차이 나는 기업이 전체의 40%였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이 같은 등급 격차의 배경으로 기관마다 평가 항목과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들었다. 예컨대 환경(E) 분야에서 MSCI의 평가 항목은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 폐기물, 환경적 기회인 반면 KCGS는 환경 전략, 환경 조직, 환경 경영, 환경 성과, 이해관계자 대응으로 항목이 구성됐다. 레피니티브는 자원 사용·배출, 제품 혁신으로 또 달랐다. 사회(S)와 지배구조(G) 항목도 마찬가지였다.
전경련은 이처럼 기관별 평가가 서로 다른 만큼 ESG 경영을 하는 이유를 내부적으로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SG 경영이 투자 유치인지, 연기금 대응인지 명확히 하고 그에 맞춰 평가 기관을 타기팅해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재형 전경련 ESG태스크포스(TF) 팀장은 “기업들이 ESG를 막연한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 활동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며 “지속 가능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경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