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재산비례벌금제의 의미와 글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 분명하니 비난에 앞서 국어독해력부터 갖추시길 권한다”는 지적을 받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먼저 개념을 분명히 이해한 후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지 한글 독해력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26일 반박했다.
윤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같은 제목의 글을 올려 앞선 이 지사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앞서 윤 의원은 이 지사가 ‘재산비례벌금제’ 도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해 “거짓을 섞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가 “독해력을 갖추라”고 반박하자 윤 의원이 재반박 한 것이다.
앞서 이 지사는 ‘형벌의 실질적 공정성을 위한 재산비례벌금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행법상 세금과 연금, 보험 등은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고 있지만, 벌금형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산비례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소병철 의원님을 중심으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형벌의 공정성이 지켜지려면 하루 속히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법원이 벌금형의 일수 정액을 정함에 있어 피고인의 자산과 1일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하되, 판결 선고 당시 피고인의 수입과 재산상태, 유사 직종 종사자의 평균 소득, 부양가족 및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이에 윤 의원은 ‘형편에 따라 벌금액 조정하자는 이재명 지사, 왜 거짓을 섞는지 의문’이라는 글을 올려 “핀란드에서는 2015년 과속을 한 고소득 기업인에게 54,000유로 (약 7천만원)의 벌금이 매겨져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런 벌금차등제는 ‘소득’에 따라 차등한다”며 “재산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한다면, 집 한 채 달랑 갖고 있고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가 벌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으니 애초 안될 말”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상한 점은 이재명 지사가 핀란드나 독일을 예로 들면서, 이들 나라가 ‘재산비례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굳이 거짓을 말하며 ‘재산비례벌금제’를 주장했다는 점”이라며 “경기도 지사쯤 되시는 분이 ‘소득’과 ‘재산’을 구별하지 못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벌하고 싶은 것이 의도일지라도, 최소한 근거와 논리를 가져와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지사가 ‘벌금차등제’를 소득에 대해 적용하는 국가의 예를 들어 재산에 대해 적용하는 방안을 주장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이 지사는 ‘국민의힘은 소속의원에게 한글독해 좀 가르치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윤 의원을 비판했다. 이 지사는 “재산비례벌금제란 ‘벌칙의 실질적 형평성과 실효성을 위해 벌금을 소득과 재산 등 경제력에 따라 차등 두는 것을 말하고(포털의 지식백과에도 나오더군요) 서구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도입했다”며 “재산비례벌금제는 벌금의 소득과 재산 등 경제력 비례가 핵심개념이고, 저는 재산비례벌금제를 ‘재산에만 비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득과 재산에 비례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밝혔다(‘세금 등은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지만 벌금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재산비례벌금제로 바꿔야 한다’고 썼습니다.)”고 썼다.
그러면서 “윤의원님께서 재산비례벌금제의 의미와 제가 쓴 글의 내용을 알면서도 왜곡해 비난할만큼 악의는 아닐 것으로 믿는다”며 “결국 재산비례벌금제의 의미와 글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 분명하니 비난에 앞서 국어독해력부터 갖추시길 권한다”고 했다.
이에 이날 윤 의원은 “‘재산비례벌금’이란 재산액에 비례해(proportional) 벌금을 매긴다는 것”이라며 “이제 와서 ‘내가 말한 재산이란 소득과 재산을 합한 경제력이었다’고 하는 건 단지 ‘느슨한 해석’ 정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소득과 재산의 구분이 정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며 “국가에 내는 세금이나 벌금은 소득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소득에만 매기지 않고 재산까지 고려하는 것은 개념의 문제일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 극심한 갈등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 이어 “벌금액에 재산을 고려하는 것은 찬반 여부 이전에 이것이 얼마나 큰 철학의 차이, 정책방향의 차이를 내포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저는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벌금액을 감경하는 것에 찬성, 벌금액을 소득이든 재산이든지 그것에 비례시키는 것에는 (지금으로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는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직하고 분명하게 각자의 주장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개념을 분명히 해 독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 나중에 문제 생기면 ‘내말 뜻이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산비례벌금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후보자 당시 도입 의지를 밝히고 당정이 도입 방안을 논의했으나 진척되지 않았다. 아래는 논박 글 모음.
■이재명 지사 주장 글
<형벌의 실질적 공정성을 위한 ‘재산비례 벌금제’>
4월 25일은 법의 날입니다. 법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입니다. 그래서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 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법 앞에 만인이 실질적으로 평등한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특히, 벌금형이 그렇습니다.
현행법상 세금과 연금, 보험 등은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고 있지만, 벌금형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같은 죄를 지어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의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습니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금 낼 돈이 없어서 교도소까지 가는 상황도 생기고 있습니다.
인권연대에서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장발장 은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무담보, 무이자로 벌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비교적 늦었다는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76.5%가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찬성할 정도로 우리나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높습니다.
현재 소병철 의원님을 중심으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형벌의 공정성이 지켜지려면 하루 속히 개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윤희숙 의원 지적 글
<형편에 따라 벌금액 조정하자는 이재명 지사, 왜 거짓을 섞는지 의문>
같은 벌금이라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더 큰 고통을 주니, 형편에 따라 벌금액을 차등하자는 이재명지사의 주장은 찬반을 떠나, 검토해볼 수 있는 주장입니다. 그 취지에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질지, 경제력 파악이 용이해 실행가능한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겠지요.
핀란드에서는 2015년 과속을 한 고소득 기업인에게 54,000유로 (약 7천만원)의 벌금이 매겨져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런 벌금차등제는 ‘소득’에 따라 차등합니다.
벌금은 결국 소득으로 내야 하니 당연한 일이지요. 만약 재산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한다면, 집 한 채 달랑 갖고 있고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가 벌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으니 애초 안될 말이지요.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재명 지사가 핀란드나 독일을 예로 들면서, 이들 나라가 ‘재산비례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굳이 거짓을 말하며 ‘재산비례벌금제’를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경기도 지사쯤 되시는 분이 ‘소득’과 ‘재산’을 구별하지 못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벌하고 싶은 것이 의도일지라도, 최소한 근거와 논리를 가져와야 할 일입니다.
■이재명 지사 반박 글
<국민의힘은 소속의원에게 한글독해 좀 가르치십시오.>
정치세력간 경쟁과 비판은 대의민주주의에 필수요소지만 선전 선동 목적의 가짜뉴스나 왜곡비난은 민주주의를 망치는 해악입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누군가의 발언을 비판하려면 발언의 객관적 내용과 의미 정도는 파악해야 합니다.
공유한 아래 글처럼 저는 재산비례벌금제를 제안하였습니다. 재산비례벌금제란 ‘벌칙의 실질적 형평성과 실효성을 위해 벌금을 소득과 재산 등 경제력에 따라 차등 두는 것을 말하고(포털의 지식백과에도 나오더군요) 서구선진국들은 오래 전에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윤희숙 의원께서 ‘벌금비례기준은 재산 아닌 소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제 글을 두고 ‘벌금은 재산에만 비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랜드는 차등기준이 소득인데 재산기준이라고 거짓말 했다’며 비난했습니다.
재산비례벌금제는 벌금의 소득과 재산 등 경제력 비례가 핵심개념이고, 저는 재산비례벌금제를 ‘재산에만 비례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득과 재산에 비례해야 함을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세금 등은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지만 벌금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재산비례벌금제로 바꿔야 한다’고 썼습니다.)
제1야당 경제혁신위원장으로서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최소한의 양식은 갖추셔야 하고, 특히 1380만 경기도민의 공적 대표자를 거짓말쟁이나 무식쟁이로 비난하려면 어느 정도의 엉터리 논거라도 갖춰야 마땅합니다.
윤의원님께서 재산비례벌금제의 의미와 제가 쓴 글의 내용을 알면서도 왜곡해 비난할만큼 악의는 아닐 것으로 믿습니다. 결국 재산비례벌금제의 의미와 글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한 것이 분명하니 비난에 앞서 국어독해력부터 갖추시길 권합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님들께서 사실왜곡과 억지주장으로 정치판을 흐리는 게 한두번이 아닙니다.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의 언어능력과 비판의 품격을 갖추는데 좀 더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윤희숙 의원 재반박 글
<이재명 지사님, 먼저 개념을 분명히 이해한 후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중요하지, 한글 독해력 얘기할 때가 아닙니다>
개념을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여기 틀렸네’하면 ‘그러네요, 제가 이점을 이해못했었네요’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니에요, 제말 뜻이 원래 그거였어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은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이해못한 것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끌어올려 다시 말해줘야 합니다.
‘재산비례벌금’이란 재산액에 비례해(proportional) 벌금을 매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가 말한 재산이란 소득과 재산을 합한 경제력이었다’고 하는 건 단지 ‘느슨한 해석’ 정도가 아닙니다. 소득과 재산의 구분이 정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내비친 겁니다. 국가에 내는 세금이나 벌금은 소득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소득에만 매기지 않고 재산까지 고려하는 것은 개념의 문제일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 극심한 갈등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얼마전 조세재정연구원장이 ‘보유세 낼 돈 없으면 집팔아 세금내고 이사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정부의 일관된 철학인 ‘재산있는 사람 때리기’를 대표하는 말입니다. 재산세, 종부세도 소득으로 내야 하는데 공시가격을 급속히 올려 재산 기준의 세금을 산정해 살던 집에서 내쫓긴다 해도 문제없다는 것이지요. 자기 국민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벌금액에 재산을 고려하는 것은 찬반 여부 이전에 이것이 얼마나 큰 철학의 차이, 정책방향의 차이를 내포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의 하나, ‘소득과 재산을 합한 것을 그냥 재산이라 불러봤다’고 해도 핀란드의 예를 들면서 ‘재산비례’라 한 것은 ‘소득에만 비례’시키는 핀란드가 마치 지사님의 ‘재산까지 넣은 방식’과 같은 것인양 표현한 것이지요. 어떤 나라도 안쓰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은근슬쩍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과 같지요.
정책은 선거법 위반과 같이 TV토론에서 일단 교묘하게 말한 후 ‘소극적 부인’과 ‘소극적 거짓’ ‘적극적 거짓’을 법정에서 다투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최대한 분명하게 내용을 설명해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벌금액을 감경하는 것에 찬성, 벌금액을 소득이든 재산이든지 그것에 비례시키는 것에는 (지금으로서는) 반대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직하고 분명하게 각자의 주장을 내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개념을 분명히 해 독해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 나중에 문제 생기면 ‘내말 뜻이 그게 아니었다’고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