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나 혼자만 잘 방어한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코로나19를 진정으로 극복하는 길은 ‘약자와의 동행’에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주최로 온라인으로 열린 북 콘서트 ‘시대의 물음에 답하다’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모두가 같이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93년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베스트셀러에 등극시키며 유명세를 탄 김진명은 이후 ‘한반도’ ‘사드’ ‘글자 전쟁’ 등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이번 북 콘서트는 ‘직지’와 ‘바이러스 X’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강남구립도서관이 26일 공개한 유튜브에서 그는 바이러스와 인간의 차이를 ‘이타심’에서 찾았다. 그는 “바이러스는 생존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물이지만 인간은 그 이상의 존재”라며 “이기심이나 본능을 뛰어넘어 나를 버려서라도 남을 도와야겠다는 이타심을 가진 숭고한 존재”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인류에게 그동안 잊고 살았던 본연의 정체성을 되찾게 해줬다고 지적했다. 김진명은 “원래 인류는 항상 모두가 같이 동행해야 가장 행복하고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국가 이기주의 등과 같은 탐욕이 판치면서 이를 망각하고 살았는데 이번 팬데믹이 다시금 깨우치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의식의 상실이라는 인간이 가진 가장 약한 부분이 바이러스에 가장 유리한 지점이 됐다는 의미다. 이어 “내가 힘들고 괴롭더라도 같이 나누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가는 것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했던 주제”라며 “인문학이란 이것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이 소설 ‘바이러스 X’는 물론 ‘직지’에도 관통하는 주제라고 말했다. 김진명은 “과거 지식은 기득권자, 돈이 많은 사람, 지위가 높은 이들이 독점했지만 금속활자가 등장하면서 모든 인간이 다 같이 지식을 갖는 시대를 열었다”며 “이런 의미에서 금속활자는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정신과 맞닿아 있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시대 소설의 역할에 대해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았다. 김진명은 “벌레에게는 배부르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지만 인간은 때로는 불행을 선택하기도 한다”며 “이렇듯 인문학은 잘 돌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게 맞는 것이냐’ 하고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