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매도·대차잔고 급증 종목 주의를"

공매도 재개 D-6...시장 영향은
외국인 매도역대 최장기간 금지됐던 공매도, 내달 3일 부터 부분 재개
"비정상적 수급 사라지고 정상화되며 지수 변동성 축소 전망"
안정적 증시 흐름 속 외국인 매수세 커질 수 있다는 기대도
실적 나쁜 일부 종목은 충격클 듯

14개월 동안 금지됐던 주식 공매도의 부분 재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투자자들의 심리가 엇갈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피해주 또는 수혜주 찾기에 급급한 모습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전문가들 역시 공매도 재개가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실적이 나빠진 일부 개별 종목들의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으니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권했다.


2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4일부터 일부 기관투자가(시장 조성자)를 뺀 모든 증시 참여자에게 금지됐던 공매도가 내달 3일부터 부분적으로 허용된다. 14개월 만의 재개인 셈이다. 단, 모든 종목이 아니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 등 일부 대형주에 대해서만 재개된다. 아울러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대주제도도 시작된다.





증권가는 역대 최장 기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됨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증시 전체적으로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례 없이 긴 공매도 금지 속에서 비정상적인 수급 등이 나타나며 지수 변동성을 지나치게 키웠던 부작용 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공매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개인이 73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이끌기도 했지만 ‘롱쇼트 포지션(매수·매도를 동시에 하는 차익 거래 전략)’이 불가능해지면서 외국인 등에 의한 건전한 수급을 제한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외국인의 헤지 수단이 선물 매도로 제한되면서 비정상적인 백워데이션(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길어졌고, 차익 거래를 부추기며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다”며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백워데이션이 사라지고 지수 역시 안정적 흐름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 재개 시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대형주의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두 번 모두 공매도 재개를 전후해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공매도가 가능할 경우 헤징(위험 회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은 공매도가 금지된 1년여 동안 14조 원을 순매도했는데 이 중 미국계 자금이 12조 1,000억 원에 이른다”며 “이는 과거와 비교해도 큰 금액인 만큼 공매도 금지 종료 이후에는 매수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국인들의 공매도 재개가 일부 개별 종목에 수급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이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하루 평균 2,280억 원, 코스닥에서 820억 원의 공매도를 했는데 이는 전체 외국인의 일평균 매도 금액의 16%, 19%를 각각 차지한다”며 “외국인 공매도가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지난 1년간 늘어난 유동성을 감안할 때 일부 종목의 공매도 절대 수량이 급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매도 재개 시 외국인·기관의 롱쇼트 전략이 활성화되면서 고평가된 개별 주식 역시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문가들은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거나 △3월 말 이후 대차 잔고가 급증하거나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가의 주식 매도가 지속된 종목들은 5월 3일 이후 공매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특히 3월 말 이후 대차 잔고가 급증한 CJ CGV(079160)·펄어비스(263750)·에이치엘비(028300)·씨젠(096530) 등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에 경계할 것을 권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집중 감시 체계를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공매도 상위 종목과 과열 종목 등 현황을 들여다보는 종합상황실을 조기 가동해 투자자의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호가, 체결 정보, 대차거래 등 정보를 살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를 적발하고 회원사(증권사)와 함께 ‘선매수·후매도’ 등의 불법 공매도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매도 점검 이외에 다양한 방식의 불법 공매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기법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