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6승 자존심 버린 이승호 "16년 전 상금왕 무대서 재기"

KPGA 정상급 플레이어였지만
2013년부터 샷 흔들리며 슬럼프
2부투어서 새 출발 각오로 도전
"기회 올 거라 믿기에 포기 못해"

이승호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꼭 16년 만에 돌아온 거네요. 제가 처음 성공을 거뒀던 이곳에서 꼭 재기할 겁니다.”


이승호(35)는 한때 ‘잘나가는’ 선수였다. 200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승 이상씩, 통산 6승을 거뒀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도 2007년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의 우승 시계는 10년 전인 2011년 볼빅 군산CC 오픈에 멈춰 있다. 그 사이 이승호의 이름은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갔다. 군에 입대하기 1년 전인 2013년부터 흔들리던 샷은 전역 후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2017년 이후 정규 투어 대회에서 한 번도 컷을 통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최근 KPGA 스릭슨 투어(2부 투어) 대회장에서 이승호를 만났다. 그는 “골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스릭슨 투어의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2부 투어는 2005년 그에게 상금왕 타이틀을 안겨주며 이듬해 정규 투어에 데뷔할 수 있도록 해준 무대다.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승호는 “올해 마음을 다잡고 2부 투어부터 다시 차근차근 밟고 올라갈 계획”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05년에는 2부 투어 대회가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규모가 커져 연간 20개 대회가 열리니 경험을 쌓기에 충분하다. 매 대회 투어밴(용품 수리 및 피팅 차량)이 지원을 나오는 등 환경도 나아졌다”고 말했다


사실 이승호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출전한 대회는 1·2부를 다 합해도 12개에 불과했다. 이승호는 “1부 투어의 경우 시드 순번이 한참 뒤였던 데다 2부 투어에는 자존심 때문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이제 막 프로가 된 입장이었다면 일단 닥치는 대로 뛰었을 텐데 대회에 나가 상처받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골프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 기간에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고 했다. “한결같았어요. 계속 노력했고, 잘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찾으려고 했죠. 만약 열정이 식었다면 지금 제가 여기에 없겠죠.”


그래도 정규 투어 통산 6승을 거둔 정상급이었던 선수가 16년 만에 2부 투어를 다시 뛴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호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한 번은 기회가 더 올 것 같았다. 그 마음 하나로 골프를 지금까지 붙잡고 있다. 포기할 거면 진즉 그만뒀다”고 했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이승호는 “한 번 기회가 올 것 같았다. 그 마음 하나로 골프를 지금까지 붙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민수용(골프전문 사진기자)

밑바닥부터 다시 뛰겠다는 이승호에게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의 ‘오기’가 작용한 듯했다. 어린 시절 스케이트 선수였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재미 삼아 어머니 클럽을 휘두르다 골프에 입문하게 됐다. 자신의 마음대로 공이 날아가지 않자 ‘어, 이것 봐라’ 하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골프에 더욱 빠져들었다. 스릭슨 투어에서 여전히 고전하는 등 골프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지금도 그 오기와 승부욕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우승할 날이 올까. “우승요? 너무 오래전 얘기네요. 그래도 이제는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도 많이 회복했고요. 그런데 자신감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언제쯤 다시 예전의 성적을 낼 거라고 말하는 건 그렇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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