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인건비 상승에 네이버·카카오(035720)와 게임계 대형 3사 3N(넥슨·넷마블(251270)·엔씨소프트(036570)) 등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1분기 실적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성과 인센티브와 연봉 상승분 등이 반영되며 예상 밖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ICT 인력 연봉 상승을 주도한 게임사들은 신작 출시 연기와 ‘확률 조작 논란’에 따른 이용자 감소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상반기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ICT 기업의 올 1분기 실적이 지난해 4분기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네이버의 올 1분기 매출이 1조4,873억 원, 영업이익은 2,985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1.6%, 7.8%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기간 엔씨소프트(NC)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5,509억 원, 1,331억 원으로 각각 1.8%, 15% 감소할 전망이다. 특별한 보상안을 내놓지 않은 카카오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2.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 성장에 비해 상승폭이 줄었다.
비대면 수혜에도 ICT 기업 1분기 실적 전망이 어두운 배경에는 거액의 인건비 지출이 있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톡옵션 지급에 따른 네이버의 올해 주식보상비를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2,4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지난 19일 발표한 3년 간 총 2,000억 원 규모의 ‘스톡그랜트’를 포함하면 네이버의 올해 주식보상비는 3,000억 원을 넘어서게 된다.
주식보상·연봉 상승에 나서지 않은 카카오도 1분기 인건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인건비가 지난 2017년 4,030억 원에서 지난해 8,586억원으로 3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사세 확장에 따라 매년 인건비가 30%가량 증가하는 구조다. 증권가는 올해 카카오 총 인건비가 1조2,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늘어난 인건비 만큼 영업이익 성장폭이 제한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개발자 연봉 상승의 신호탄을 쏜 게임업계도 1분기 인건비 부담에 실적 상승세의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일괄 인상하며 넷마블, 엔씨 등 경쟁사도 각각 800만 원, 1,000만~1,300만 원씩 연봉을 올렸다. 특히 지난 1일 거액의 인센티브도 지급한 엔씨의 1분기 인건비는 지난해 4분기보다 4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임업계는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다. 지난해 엔씨는 매출 49.3%, 넥슨은 35.9%를 인건비로 지출했다. 넷마블은 인건비 비중이 27.7%로 낮은 편이지만, 이는 자체 지식재산권(IP) 부족으로 인해 지급수수료 비중이 46.2%로 높아 나타나는 ‘착시현상’에 가깝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도 인건비 인상 속도가 과도하다고 생각하지만 게임 개발을 위해선 고급 인력이 필수다보니,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봉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신작 부재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인건비는 상승했지만 3N 중 올 1분기 중 신작을 내놓은 게임사는 한 곳도 없다. 엔씨는 사전예약 300만을 돌파한 기대작 ‘트릭스터M’ 출시를 돌연 연기하기도 했다. 엔씨는 완성도가 부족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는 올 초 게임계를 들쑤신 확률조작논란의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실제 확률조작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며 넥슨 메이플스토리, 엔씨 리니지2M 등은 이용자 감소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메리츠증권은 엔씨와 넷마블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31.4%, 12.5% 하향 조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회계 처리와 신작 부재로 올 1분기 게임사 실적은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2분기말부터 신작 출시가 본격화하는 만큼 하반기 실적 개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