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위험 부담이 크면 보상도 크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백신 부작용 0.0001% 그치는데
접종 중단하면 귀중한 시간 낭비
감내해야 할 리스크 합리적 계산
위험부담·보상 사이 균형 잡아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 안에 숨어 있던 미치광이들을 풀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만들어낸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과학을 해체했고 수북한 잔해 더미를 뒤져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폐기해야 할 부스러기들을 자의적으로 추려냈다. 학문적 연구 결과보다 요란한 개인의 진술에 수시로 휘둘린 것 역시 사실이다.


전문가들마저 이 같은 비합리적 행동에 합세한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존슨앤드존슨의 백신 배포를 중단하기로 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의 결정을 떠올려보라.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접종한 700만 명 가운데 발생한 심각한 혈전 사례는 CDC와 FDA의 결정이 나올 당시 단 6건(지금은 9건)에 불과했다. 확률로 보면 0.0001%다. 반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사망률은 1.5%다. 다시 말해 혈전을 일으킨 환자 전원이 숨졌다고 해도 백신 접종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이 수천 배나 높다는 얘기다.


CDC와 FDA의 발표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후 일부 혈전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자 유럽 국가들이 일시적으로 백신 접종을 중단한 뒤에 나온 것이다. 존슨앤드존슨과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AZ 백신의 혜택은 잠재적 위험을 크게 앞지른다. 유럽 국가들의 접종 중단은 백신의 안전성에 관한 두려움에 기름을 부으면서 음모론을 영구화하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다. 접종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접종 중단은 나라 밖에서도 파장을 일으켰다.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은 화이자나 모더나 같은 mRNA 백신보다 저장이 용이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AZ와 존슨앤드존슨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고 접종 중단 발표까지 이어지자 이들 국가에서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문제는 일정한 패턴을 지닌다. 지극히 낮은 백신 부작용 확률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과 정부들은 행여 그들의 임기 중 불상사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한다. 팬데믹보다 백신 접종 부작용을 더 우려하는 이유다.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기 꺼리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숱한 연구 결과는 방역과 예방 조치만 제대로 취하면 등교에 따른 위험 부담이 지극히 낮다는 쪽으로 모였지만 정치인들과 관리들은 한사코 몸을 사린다.


위험에 대한 이 같은 집착은 애틀랜틱지의 데릭 톰프슨이 말한 ‘위생 연극(hygiene theater)’으로 전환된다. 바이러스가 접촉보다 호흡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기본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살균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 식탁만 깨끗이 닦으면 실내에서 식사해도 안전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양새였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테러 위험에 대한 집착이다. 사실 9·11 사태 이후에도 테러 위험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테러 과민증은 국토 안보와 관련한 방대한 산업 복합체를 만들어냈고 지구촌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력 개입으로 이어졌으며 테러 발생 가능성을 제로에 가까이 끌어내린다는 명목 아래 시민의 자유를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단 한 명의 테러 분자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감에 수십만 명에 달하는 미국 입국 희망자들의 비자가 거부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언론에 의해 매도당하거나 의회 상임위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이들도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의례적인 격려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팬데믹의 초기 단계에 미국 정부는 신속한 대량 검사로 확진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했다.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하는 데 따른 막대한 이익 따위에는 눈곱만 한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 하버드대 역학자인 마이클 미나는 누가 안전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정보를 일관되게 제공하기 위해 집에서 하는 임신 진단 검사처럼 간편한 기구를 이용한 코로나19 자가 진단 테스트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진단 검사를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0% 정확한 진단 결과를 얻는 것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신속히 잡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매일 수백 명이 코로나19로 숨진다. 이에 비해 백신을 맞은 후 혈전증을 일으킨 접종자는 단 9명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좀 더 세밀하고 주의 깊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우리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를 계산해야 한다. 그다음에 위험 부담과 보상 사이의 균형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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