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수사심의위, 총장추천위 후 열리면 파급효과는

총장추천위·수사심의위의 역학관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심의위원회가 그 전에 소집될 지 관심이 모인다. 수사심의위를 총장추천위 전에 열려면 27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물리적으로는 아직 가능하나 총장추천위 이후에 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창수 수사심의원장은 전날까지 수사심의위원 15명을 추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는 규정상 위원 15명을 추첨하면서 위원들의 소집 당일 출석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수사심의위 소집 날짜를 확정해야만 추첨도 가능한 것이다. 거꾸로 말해 양 위원장은 수사심의위 소집 날짜를 결정하지 않았다.


총장추천위 전에 열려면 남은 시나리오 하나

이렇게 되면 수사심의위가 총장추천위(29일) 전에 열리려면 27일에 위원 추첨을 하고 28일 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원들을 추첨해 당일 소집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27일 추첨, 28일 소집 시나리오만 남은 셈이다.


이처럼 수사심의위 소집이 총장추천위 전에 열리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현재는 지난 23일 대검이 수사심의위를 “신속히 개최할 것”이라고 했을 때와는 다른 기류도 감지된다. 신속히 결정하겠다 했는데 지난 24~26일 사흘 동안 무소식이었고 소집 가능 날짜도 하루만 남아서 총장추천위 이후에 수사심의위를 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원래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심의위가 총장추천위 전에 조속히 소집돼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지검장이 총장추천위 개최 전까지 수원지검 수사팀의 기소를 막기 위한 ‘시간 끌기’ 카드용으로 수사심의위를 신청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다. 대검도 이런 맥락에서 지난 23일 “수사심의위를 신속히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 /연합뉴스

총장추천위 한번 더 열거나, ‘이성윤 총장’ 힘실리거나

그렇다면 양 위원장이 이날도 수사심의위 소집 일정을 확정하지 않으면 총장추천위 이후에 열겠다는 뜻과 마찬가지로, 이는 두 가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먼저 총장추천위가 한 번 더 열릴 수 있다. 총장추천위원들이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결과를 봐야만 제대로 총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수사심의위 소집 후 총장추천위를 한 번 더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총장추천위가 한 번에 끝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대검의 수사심의위 ‘신속 소집’ 입장대로 양 위원장이 수사심의위를 마냥 연기할 수도 없어서 총장추천위가 한 번 더 열려도 일정이 많이 밀리진 않는다.


이는 양 위원장이 스스로 부담을 더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지검장의 수사심의위 결론이 총장 후보 추천에 영향을 줄지 안 줄지는 당사자들인 총장추천위원들이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양 위원장이 혼자 먼저 결정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공을 총장추천위에 넘기는 것이다.


총장추천위가 수사심의위 결론을 보고 최종 후보 추천을 하겠다고 하면 수사심의위의 기소·불기소 여부 판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기소 판단 시 이 지검장은 총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불기소 판단 시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 1인이 되는 데에 강한 동력이 생긴다.


반대로 총장추천위가 수사심의위와 상관없이 이 지검장을 총장 최종후보 3~4인 중 한 명으로 올리게 될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수사심의위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박 장관으로서도 총장추천위가 뽑아준 이 지검장을 최종 1인으로 낙점해 대통령에 임명 제청을 해도 부담이 덜 된다.


남은 문제는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지검장 기소를 강행할 것이냐다. 수원지검은 수사심의위가 내놓는 결론과 상관없이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이 최종 검찰총장 후보로 제청될 경우의 얘기는 다를 수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으로 항명하는 모양새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지검장을 기소하면 ‘부메랑’을 맞아 정권의 검찰개혁 움직임이 다시 시작되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인지, 또는 무리한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해 정권의 레임덕을 더 불러오게 될 것인지 주판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