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후반인 그룹 창업주 A(사주 부친)는 연간 15억~25억원의 고액 급여를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수령했다. A는 다른 공동대표와 달리 퇴직 직전 대폭 증가한 급여를 바탕으로 수백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그는 회사 영업이익이 줄었을 때도 자신의 연봉은 올렸다. 이 회사는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회사에 인력·기술을 지원하고 받아야 할 수백억 원 상당의 경영지원료를 과소 수취하는 등 간접적으로 사주 자녀에게 이익을 몰아줬다. 국세청은 사주일가에 대한 고액 급여, 퇴직금 과다 지급 등 부당 지원 혐의에 대해 엄정한 조사에 나섰다.
#사주 B는 자녀들에게 본인 소유 C사 주식을 전부 증여했고, C사는 자녀들이 지분 100%로 지배하는 회사가 됐다. B는 주식 증여후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C사에 가격이 급등하는 강남 노른자위 땅을 취득가액의 절반 수준인 가격에 넘기고, 이를 통해 자녀들은 수백억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사주 B는 강남 토지를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처럼 신고했다. 과세당국은 B의 양도소득세 과소 신고 및 사주 자녀의 증여세 신고 누락 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근로자·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이익을 사주일가가 독식하거나, 본인의 노력과 상관없이 ‘부모찬스’를 통해 거액의 부를 대물림한 탈세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들은 ▲고액 급여·무형자산 편법 거래 등 이익 독식 ▲불공정 부동산거래 등 변칙증여 ▲기업자금 유용 호화사치·도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자산 5조원 이상인)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 지정 기업집단(지난해 기준 64개)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자녀세대의 부동산과 주식 재산이 2015년 2조1,524억원에서 2020년 3조2,445억원으로 1조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은 평균 3,127억원(일가 합계)의 재산을 보유했고 사주 1인 급여는 13억원에 달했다. 부모 세대는 창업주와 배우자를 포함해 80명 수준이고, 자녀 세대는 100명을 상회한다.
우선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사주일가만 고액 급여·퇴직금을 수령하거나 무형자산을 일가 명의로 등록하는 등 기업의 이익을 독식한 탈세 혐의자가 15명이다. 사주는 타 임직원 보다 과도하게 많은 급여를 받거나 경영에서 물러난 후에도 고문료 명목으로 사실상 급여를 수령하고, 퇴직금 산정 기준인 급여를 퇴직 직전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폭 인상 후 고액 퇴직금을 부당 수령 했다. 판례에서는 동종 업계, 타 임직원과의 수준 비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해 부당 급여 여부를 판단한다.
또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개발예정 부지 및 사업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 또는 무상이전 하거나, 상장·투자·신제품 개발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변칙증여 혐의자가 11명이다. 조사 대상자 중 불공정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금액은 총 1,400억 원에 달하며, 향후 가치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의 토지를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자녀(자녀 지배회사)에게 저가 양도했다. 기업자금으로 최고급 아파트·슈퍼카 등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일삼은 탈세 혐의자 4명도 포함됐다. 임직원 명의 회사와의 정상거래로 가장해 기업자금을 빼돌린 다음 최고급 아파트와 슈퍼카를 구입 하거나, 편법적 방법으로 기업자금을 유용해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경우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여건이 어려운 납세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유예 등 적극적인 세정지원을 펼쳐 나가되, 반칙과 특권을 통한 불공정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